[column of the week] 자본주의는 '시스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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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스웨임 더 저널 논설위원
'자본' 단어 중세후기 등장했지만
'자본주의'는 시장경제
표현 수단으로 오랫동안 사용
생산·유통 등 복잡한 관계를
자본주의로 해석하는 건 부적절
'자본' 단어 중세후기 등장했지만
'자본주의'는 시장경제
표현 수단으로 오랫동안 사용
생산·유통 등 복잡한 관계를
자본주의로 해석하는 건 부적절

그 순간의 정의가 잘못된 단어로 대표적인 게 바로 ‘자본주의’다. 소련의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자본주의는 역사적 논쟁에서 이긴 것 같았다. 그러나 반자본주의자들은 양보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계획된 대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부식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번영과 질서를 계속 빚어내고 있다. 하지만 좌파 비판론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용어를 쏟아내면서 이 사실을 부정하려고 한다. 자본주의는 이제 ‘신자유주의’나 ‘하이퍼 자본주의’ ‘말기 자본주의’로 불리고 있다. 좌익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라는 말을 부정하는 새로운 말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당원들은 단일 급여 건강보험과 혁명적인 녹색 뉴딜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좌파인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위협하고 있는 경쟁자는 공언된 사회주의자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들을 내놓았다. 또 민주당 후보 중에는 “신자유주의를 더 나은 것으로 대체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자본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본’이라는 단어는 중세 후기부터 존재해왔다. 오래전부터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을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착취하는 시스템이라고 자본주의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현실을 총체적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었다. 프랑스 기독교 철학자 시몬 웨일의 1937년 수필인 《말의 힘》을 연상시킨다. 그는 유럽의 정치적 담론은 주로 공허한 추상주의로 이뤄졌으며, 그중 자본주의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 자체를 옹호하지는 않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몰아가는 경향이 정신적 결핍 때문이라는 것을 옳게 감지했다.
1937년 웨일이 개념적 차원에서 이해한 것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1945년 쓴 에세이 《사회에서의 지식의 사용》에서 현대 시장경제는 어떤 종류의 ‘시스템’도 아닌, 엄청나게 혼란스럽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합이라는 것을 훨씬 더 기술적인 방법으로 표현했다.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시장경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장경제가 그들의 물질적 목적을 위해 창조자들에 의해 조작되고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는 사회주의자의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건 옳지 않다. 사회주의 경제는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만들고 계획하며 규제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사회주의, 민족주의, 민주주의 등의 용어를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잘 알지 못한 채 계속 사용할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적어도 그런 용어의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은 맞으니까.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좌파 비평가들이 사용할 때는 그 의미가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제=Capitalism Isn’t a ‘System’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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