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거의 '성공 체험'을 뒤로하고 올해 안에 국내 유통 부문 오프라인 점포 200개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롯데쇼핑이 밝힌 점포 구조조정안에 한층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신 회장은 또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호텔과 화학 부문에 투자를 확대해 선진국에서 입지를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5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실물 점포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겠다"며 "국내 대형 마트(슈퍼)와 양판점(전문점), 백화점 중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연내를 목표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슈퍼의 경우 536곳 중 대형점 중심으로 20%가, 양판점은 591곳 중 20%, 백화점은 71곳 중 5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 계획은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발표된 사안이나 신 회장이 연내로 목표시점을 밝히면서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당시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닛케이는 한국 시장의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인터넷 쇼핑몰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 롯데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의 영업 이익이 지난 5년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점을 소개했다. 이에 신 회장이 타개책으로 인터넷 사업 강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자회사가 별도로 관리하던)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1월 임원 인사로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젊은층으로 교체한 데 대해 신 회장은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종전처럼 오프라인)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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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또한 디지털화를 추진해 현재 1만곳 이상인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해 매출 증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많은 기업이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신 회장은 "최고 경영진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세계 시장 개척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저출산·고령화가 일본 이상의 속도로 진행 중이어서 내수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만큼 앞으로는 선진국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호텔과 화학 부문의 투자 확대 방침을 내놨다.

신 회장은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약 분야에서 유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는 점을 언급하고,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신 회장은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는 "이제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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