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도 개학 연기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인데, 기존에 아동수당을 받는 사람들에게만 40만원씩 쥐여준다니 …. 이게 코로나 대책입니까, 저출산 대책입니까.”

정부가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 만 7세 미만 아동(236만 명)을 둔 아동수당 수급자에게 40만원(10만원씩 4개월 지급)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누가 피해를 봤는지 꼼꼼히 따지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쉽게 지원할 수 있는 기존 복지 수혜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면서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번 추경으로 3년 뒤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쉽게 줄 수 있는 대상’ 골랐다는 정부

4일 추경 내용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론은 ‘코로나19 추경’에 호의적이었다. 확산을 막으려면 대규모 방역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중 방역체계 보강 예산(2조3000억원)보다 상품권 지급 등 ‘선심성 예산’(3조원)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급반전했다. 특히 아동수당 수급자와 노인 일자리 참여자 등 기존 복지 사업 대상자에게 2조원가량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에는 친정부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졌다.

인천 부평시 문화의 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초등학생 딸 두 명이 개학 연기로 갈 곳이 없어 가게에서 지낸다”며 “아이가 일곱 살이 되지 않았으면 월 10만원에 상품권 40만원을 얹어주고, 일곱 살이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정부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새로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려면 몇 달 넘게 시간이 걸리는데 지원할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이미 명단이 확보돼 추경만 하면 곧바로 줄 수 있는 아동수당 수급자 및 노인 일자리 수급자를 주요 지원 대상으로 골랐다”고 했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면서도 단순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무조건 상품권 지급’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코로나19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하지도 못하면서 재정 낭비만 초래할 것”(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라고 우려한다.

당초 추경에 협조하기로 했던 미래통합당도 5일 “방역보다는 보여주기식 추경”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국민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라는 것이지 총선용 현금을 살포하라고 세금을 낸 게 아니다”며 “재정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추경안을 꼼꼼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 국가채무 50% 육박

정부가 추경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10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계획 대비 2021~2022년 1.4%포인트, 2022~2023년 1.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해 3년 뒤인 2023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46.4%에서 47.9%까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31조5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3년 107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바뀐 국가채무비율도 과소 추계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국가채무가 50%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올해 한국의 명목GDP 증가율을 3.4%로 보고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성장률이 급락하면 분모인 GDP가 줄어들면서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가 대규모로 재정을 풀면서도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한 부담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수영/성상훈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