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야드 마라 지음 / 이정민 옮김
현암사 / 310쪽│1만6000원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일상에서 이뤄지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관심을 갖는다. SNS가 발달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평가에 노출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평가받으며 사는 것의 의미》는 평가의 의미를 되짚고, 평가받는 것에서 오는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인도한다. 저자인 지야드 마라는 이라크 출신 작가로 영국 엑서터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우리는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가는 이상 온전히 자신의 판단에만 집중하며 살아가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 같아 보여도 사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력을 다해 발을 구르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 법이나 규범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평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SNS 등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통해 그 범위와 중요성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 올린 짧은 글로 사회적 지위를 박탈당하거나 대중의 비난을 받는 공인도 많다.
한 개인에 대한 인상이 곧 평가로 연결되기도 한다. 왠지 ‘쿨’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치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쿨해 보이는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듯하고 실패에도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실제 그렇지 않을지라도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에는 충분하다. 이는 자존감과 연결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는 데 급급한 편이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당장의 창피함을 피하려 하기보다 더 큰 명예를 누리려는 욕구가 강하다.
관찰자의 판단도 온전히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가치관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잠재적 편견, 도덕적 결점으로 가득 차 있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에 대해 공정하거나 중립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평가의 이면이 이러하다 보니 평가하고 평가받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설령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평가가 아무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아무에게도 평가받지 않는 삶은 ‘네트 없이 치는 테니스’와 같다”며 “타인과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자아가 다채롭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는 법”이라고 설명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평가를 넘어서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