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이사회 '불수용' 결정
"해당 업체 이미 미수 채권 감면
다시 배상땐 배임죄 소지 우려"
산업銀도 "법률 검토끝 결정"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지 주목

작년 12월 분조위는 은행들이 키코 피해 기업 네 곳에 손실액의 15~41%(총 255억원)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은행별로는 신한(150억원) 우리(42억원) 산업(28억원) 하나(18억원) 대구(11억원) 씨티(6억원) 등이었다. 나머지 피해 기업 147곳에 대해서는 분쟁 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들에 자율 조정을 권고했다.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은행들이 배상할 금액은 2000억원대로 추정됐다.
이후 금감원은 통보 시한을 두 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은행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우리은행 한 곳뿐이다.
두 은행 결정이 다른 은행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이 제시한 수락 여부 통보 시한은 6일까지다. 신한·하나·대구은행 세 곳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미운털’이 박히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며 “법률적으로 배임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키코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상품 설계 자체가 ‘사기’였는지 여부, 다른 하나는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는지 여부다. 불공정성·사기성은 수차례에 걸친 경쟁당국과 사법부 판단 결과 “그렇지 않다”고 판명났다. 검찰은 기업들이 신한·외환·제일·씨티은행을 사기 혐의로 형사고발한 건에 대해 2012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해 기업들이 낸 민사소송과 관련, 불완전판매만 일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23개 기업이 손해액의 평균 26%(총 105억원)를 배상받았다. 금감원이 분쟁 조정을 내린 것은 이미 법적 소멸시효(10년)가 끝난 뒤였다.
금감원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수락하지 않아도 은행 책임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은행들에만 무거운 책임을 물어 왔다”며 “자율 권고 사항이지만 대부분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임현우/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