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기금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올해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 지배구조 관련 안건에 대한 적극적인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상장사에 주주 환원을 직접 요청하는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확산으로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의 주주 활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외국계 투자자와 소액주주까지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어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쏟아지는 주주제안…"올해 역대최다"
보폭 넓히는 외국계 투자자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형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플로리다주연기금(SBA of Florida)은 효성, GS홈쇼핑, DB손해보험, 대한제당 등 국내 상장사 10여 곳의 올해 주총 안건을 분석하며 반대표를 행사할 안건을 추리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외국계 투자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은 없지만 배당 확대와 비영업용 자산 매각,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다.

영국계 투자회사인 에지바스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최근 프린터·복합기 전문 업체 신도리코에 대해,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는 국내 최대 유무선 통신사인 KT에 대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또 다른 영국계 투자회사인 하이클레어인터내셔널인베스터스는 철강 제조 업체 하이록코리아의 지분율을 작년 9월 5.12%에서 12월 6.31%까지 높인 뒤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프랭클린리소시즈도 KB금융지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고 공시했다.

봇물 터진 주주제안

소액주주들도 ‘주주 행동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무제품 제조 업체 넥센의 소액주주들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배당 확대 및 중간배당 도입을 요구하는 안건을 냈다. 넥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액주주들의 제안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 유선방송 사업자인 현대에이치씨엔의 소액주주들은 24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주당 120원의 현금 배당안을 올렸다. 회사가 제시한 주당 60원의 두 배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인베니아의 소액주주들도 20일 정기 주총에 김창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을 상정했다.

업계에선 기관투자가에 이어 소액주주들이 가세하면서 올해 정기주총 주주제안이 지난해 기록한 최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엔 총 3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117건의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되면서 기존 최대치인 2015년의 116건을 웃돌았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