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기업인 한프 경영진이 지난달 법원에 회생개시 절차를 신청하기 직전 제주CC를 인수한 자회사인 한프이앤씨를 해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1호 골프장인 제주CC는 한프의 가장 큰 자산이다. 주주들은 한프 경영진이 의도를 갖고 상장폐지를 종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코스닥 한프의 '수상한 회생절차'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프 경영진은 지난달 19일 자회사 한프이앤씨를 해산하기로 결의했다. 한프가 24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하기 닷새 전 일이다. 한프이앤씨는 한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제주CC를 거느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제주CC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승인받아 531억원에 이 골프장을 인수했다.

제주CC는 한프의 거의 유일한 자산이다. 한프는 본업인 프린터 부품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지난해 9월 접었다. 김형남 한프 대표는 이후 제주CC에 총력을 모아 인수를 성사시켰다.

제주CC는 올해 1월 말 회생절차(법정관리)에서 탈출했다. 한프 경영진의 수상한 행보가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김 대표는 한프이앤씨 청산을 의결하기 닷새 전 한프이앤씨에 10억원 유상증자를 하기도 했다. 한 달간 ‘제주CC 회생절차 종결→한프이앤씨 10억원 증자→한프이앤씨 해산→한프 회생절차 신청’ 수순을 밟은 것이다.

한프는 경영 악화와 대여금 회수 지연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프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400억원을 조달했지만 300억원을 갚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한프 경영진이 제주CC를 뒤로 빼돌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프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주주와 CB 투자자들은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프리머스IB, 시행사, 개인 큰 손 등이 이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프 주가는 지난해 3월 2870원까지 치솟았다가 373원으로 떨어졌다.

일부 큰손 주주들은 지난달 한프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교체를 위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한 주주는 “김 대표는 1년 가까이 미국에 머물면서 회사를 방치하고 있다”며 “경영권 교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사업 재추진 등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