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직의 신성장론] 경기부양책으로는 성장추락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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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침반 잃은 성장정책
미국식 총수요 증대 처방에 매달려온 韓
경기변동 요인 아닌 공급 문제엔 '헛발질'
단기부양 대신 '창조적 인적자본' 키워야
김세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미국식 총수요 증대 처방에 매달려온 韓
경기변동 요인 아닌 공급 문제엔 '헛발질'
단기부양 대신 '창조적 인적자본' 키워야
김세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의 성장 정책이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5년 1%포인트 하락 법칙’에 따라 성장이 추락하고 있는 동안 정부는 보수·진보 정권 상관없이 경기부양책으로만 대응해 왔다. 1990년대 초 성장률 하락에 김영삼 정부는 강력한 경기부양으로 대응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를 불렀다.
위기 후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 하에 김대중 정부에서 잠시 구조개혁 정책이 시행됐지만, 곧바로 2001년부터 경기부양 정책으로 회귀했다. 장기성장률이 4%대일 때 ‘747 공약’으로 7% 성장 목표를 제시한 이명박 정부도 임기 중 건설·토목 투자 중심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했다. 물론 이때 장기성장률은 오히려 3%대로 1%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초이노믹스’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성장 정책이 방향을 잃은 것은 경기변동 대응 정책 중심으로 발달한 미국 경제학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이기도 하다. 나라마다 연 단위로 매년 측정하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적 대응을 한다. 이때 경제성장률 하락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대응 정책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단기적 경기변동에 의한 성장률 하락이다. 경제성장률 변화가 주로 경기변동에 기인해 온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100년 넘게 장기성장률이 2~3%대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그 위와 아래로 크게 변동해 왔다.
주지하다시피 경기변동에 따른 성장률 하락에 대응한 해법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세계 대공황 발발 7년 뒤인 1936년 출간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경기변동에 따른 성장 하락의 원인을 총수요 부족 때문으로 진단하고, 총수요를 늘리는 정책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특히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투자를 자극하는 통화정책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케인스의 아이디어는 그 후 미국의 경제학자와 정책가들에 의해 자국의 핵심 문제인 경기변동에 따른 성장률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적인 처방으로 이용됐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장기성장률의 추세적 하락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경기변동보다는 주로 이 두 번째 이유에 기인한다. 이 경우 미국에서 사용하는 총수요 부양정책은 장기성장률 추세를 반등시키는 데 효과가 없다. 장기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총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라 총공급 즉, 경제의 생산 능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인적 자본 축적이 정체되면서 생산·공급 능력의 증가율이 점점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저금리 통화정책이 인적 자본의 정체를 막고 경제의 생산 능력을 증대시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은 마치 땅을 파기 위해 삽을 써야 할 때 망치를 쓰는 것과 같은 정책 대응을 해왔다. 1990년대 초 이후 장기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이 경제성장률 하락을 불러왔음에도 전혀 다른 성격의 성장률 하락을 겪는 미국의 정책을 모방해 경기변동에 기인한 성장률 하락에 대응하는 수단인 경기부양책에만 의존해 왔다. 역대 정부들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장기성장률 하락 추세를 멈추는 데 효과가 없기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국도 단기적 대내외 충격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처럼 꼭 필요한 경우 충격을 완화하는 단기 부양책을 시행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단 장기성장률 추세 등을 감안해 한국 경제의 진짜 성장 능력을 정확히 계산한 연후에 이를 초과하지 않는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과도한 수준의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하면 경제의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금융위기 가능성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 1990년대 초 일본의 위기와 1997년 한국의 위기가 이를 증명한다.
‘5년 1%포인트 하락 법칙’에 따른 성장 추락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제성장이론의 결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창조형 인적 자본’을 촉진하는 정책만이 장기성장률을 증가시키는 성장 정책인 것이다. 지난 30년간 반복·지속된 총수요 경기부양 정책은 결코 성장 정책이 아니다.
위기 후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 하에 김대중 정부에서 잠시 구조개혁 정책이 시행됐지만, 곧바로 2001년부터 경기부양 정책으로 회귀했다. 장기성장률이 4%대일 때 ‘747 공약’으로 7% 성장 목표를 제시한 이명박 정부도 임기 중 건설·토목 투자 중심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했다. 물론 이때 장기성장률은 오히려 3%대로 1%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초이노믹스’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성장 정책이 방향을 잃은 것은 경기변동 대응 정책 중심으로 발달한 미국 경제학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이기도 하다. 나라마다 연 단위로 매년 측정하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적 대응을 한다. 이때 경제성장률 하락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대응 정책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단기적 경기변동에 의한 성장률 하락이다. 경제성장률 변화가 주로 경기변동에 기인해 온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100년 넘게 장기성장률이 2~3%대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그 위와 아래로 크게 변동해 왔다.
주지하다시피 경기변동에 따른 성장률 하락에 대응한 해법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세계 대공황 발발 7년 뒤인 1936년 출간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경기변동에 따른 성장 하락의 원인을 총수요 부족 때문으로 진단하고, 총수요를 늘리는 정책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특히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투자를 자극하는 통화정책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케인스의 아이디어는 그 후 미국의 경제학자와 정책가들에 의해 자국의 핵심 문제인 경기변동에 따른 성장률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적인 처방으로 이용됐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장기성장률의 추세적 하락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경기변동보다는 주로 이 두 번째 이유에 기인한다. 이 경우 미국에서 사용하는 총수요 부양정책은 장기성장률 추세를 반등시키는 데 효과가 없다. 장기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총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라 총공급 즉, 경제의 생산 능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인적 자본 축적이 정체되면서 생산·공급 능력의 증가율이 점점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저금리 통화정책이 인적 자본의 정체를 막고 경제의 생산 능력을 증대시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은 마치 땅을 파기 위해 삽을 써야 할 때 망치를 쓰는 것과 같은 정책 대응을 해왔다. 1990년대 초 이후 장기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이 경제성장률 하락을 불러왔음에도 전혀 다른 성격의 성장률 하락을 겪는 미국의 정책을 모방해 경기변동에 기인한 성장률 하락에 대응하는 수단인 경기부양책에만 의존해 왔다. 역대 정부들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장기성장률 하락 추세를 멈추는 데 효과가 없기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국도 단기적 대내외 충격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처럼 꼭 필요한 경우 충격을 완화하는 단기 부양책을 시행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단 장기성장률 추세 등을 감안해 한국 경제의 진짜 성장 능력을 정확히 계산한 연후에 이를 초과하지 않는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과도한 수준의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하면 경제의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금융위기 가능성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 1990년대 초 일본의 위기와 1997년 한국의 위기가 이를 증명한다.
‘5년 1%포인트 하락 법칙’에 따른 성장 추락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제성장이론의 결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창조형 인적 자본’을 촉진하는 정책만이 장기성장률을 증가시키는 성장 정책인 것이다. 지난 30년간 반복·지속된 총수요 경기부양 정책은 결코 성장 정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