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준비하려는 인파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에도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서 시민들이 경칩인 5일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준비하려는 인파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에도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서 시민들이 경칩인 5일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마스크 아껴 쓰세요.”

정부가 5일 발표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통해 국민에게 던진 메시지다. 1인당 마스크 판매량은 3.5일 동안 한 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데 사실상 마스크 없이 버티란 얘기냐”는 비판이 나온다.

마스크 구매 1주 2장으로 제한

이번 마스크 대책의 핵심은 ‘공평 보급’이란 말로 포장된 3대 구매 원칙이다. △공적 판매처 1인당 구매 한도를 하루 5장→1주 2장으로 줄이고 △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을 지정하며 △신분증을 확인해 중복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요일별 판매제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특정 요일에만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인 사람은 월요일에만 구입할 수 있다. 나머지는 △화요일 2, 7 △수요일 3, 8 △목요일 4, 9 △금요일 5, 0 등이다. 바뀐 제도가 시행되면 1984년생 김모씨는 오는 9~15일 중 목요일인 12일에만 마스크를 2장 구입할 수 있다. 이날 못 구하면 토·일요일에 사면 된다.

공적 판매처 마스크 가격은 개당 1500원으로 통일한다. 어린아이는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고 부모와 함께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동시에 공적 판매처의 판매 비중을 생산량의 50%에서 80%로 올린다. 하루 생산량 1000만 장 가운데 800만 장이 공적 판매처로 가는 셈이다. 공적 판매 비중이 50%가 됐을 때부터 대형마트·온라인사이트 등에선 품절 사태가 빈번했는데, 앞으로는 민간 판매처에서 마스크를 사는 게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마스크 생산부족' 손놓다가…정부, 뒤늦게 꺼낸 대책이 "아껴 써라"
한 달간 헛다리 짚은 마스크 대책

전문가들은 마스크 품귀 현상의 핵심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물량이 너무 많고, 국내 생산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이라고 지적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마스크 부족이 본격화되던 지난달 5일 내놓은 대책은 ‘매점매석 단속 강화’였다. 일부 유통업체가 사재기를 해 마스크 부족을 부추긴 것은 맞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정부는 2주 넘게 단속만 강화하다가 뒤늦게 수출 물량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달 25일에야 ‘생산량 10% 이상 수출 제한’ 대책을 내놨다. 동시에 생산량의 50% 이상은 저렴한 가격에 ‘공적 판매’를 하겠다고 했다. 이때도 생산량 부족 문제는 간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제한, 공적 판매 시행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다”는 아우성은 더 커졌다.

정부가 헛발질을 하는 사이 제조 현장은 생산 체계가 엉망이 되고 있었다. 마스크 원자재 부족 문제가 특히 심각했다.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 MB(멜트브라운)의 20%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초 중국이 수출길을 막으면서 제조업체의 20%는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마스크 생산 확대한다지만

정부는 뒤늦게 대책에 마스크 생산 확대 대책을 포함시켰다. 대책에는 △설비 개선 등을 통한 MB필터 증산 △마스크 납품가 인상 △제조업체 고용보조금 지급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현재 하루 1000만 장 정도인 생산능력을 한 달 내 1400만 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 목표도 또 다른 ‘공수표’가 될 우려가 있다. 마스크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신규 설비 한 대를 설치하는 데 MB필터는 최소 4개월, 마스크는 1개월 이상 걸린다”며 “이미 설치에 들어간 회사도 일부 있지만 단기간에 생산능력이 확 늘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에 반발해 마스크 생산을 중단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하루 생산량보다 많은 물량을 요구하면서 원가의 50%만 인정해 주고 있어 생산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과용 마스크 제조업체 이덴트의 신선숙 대표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 마스크를 생산해야 하는 명분도 의욕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며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