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금상첨화 대표가 독특한 포장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상첨화 제공
최상현 금상첨화 대표가 독특한 포장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상첨화 제공
강원 춘천 토박이 최상현 씨는 늦깎이 요리사다. 산림학을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요식업을 택했다. 남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과감하게 삶의 행로를 틀어 양념게장 양념새우장 전문업체인 금상첨화를 2018년 창업했다. 자신을 ‘게 장수’라고 부르는 최 대표는 배달 판매에 집중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

산림학 대신 요식업

최 대표는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강원대에서 산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독일로 가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주변에선 모두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강단에 설 것으로 생각했다. 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독일 유학생활 동안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갈빗집을 운영하는 친형의 가게에서 일을 배웠다. 고깃집을 하는 어머니의 40년 장사 비결도 덤으로 깨우쳤다. 그러던 중 어머니 가게에서 밑반찬으로 내놓던 양념게장에 눈길이 갔다. 손님들은 “이 집 게장이 최고”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최 대표는 ‘이 정도 양념게장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해 그 길로 가게를 내고 양념게장 판매 준비에 들어갔다. ‘어머니의 손맛이면 충분하다’고 최 대표는 확신했다.

40년 노하우 담긴 ‘엄마표’ 꽃게장

꽃게는 어머니가 거래하던 부산의 한 수산물 유통업체에서 공급받는다. 거기에 어머니의 40년 손맛을 고스란히 담은 양념장을 입힌다. 배 무 파 마늘 액젓 고춧가루 등 재료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어머니가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한 ‘황금비율’의 양념이 금상첨화만의 비법이다. 최 대표는 “어머니가 40년간 발전시킨 세월이 담긴 양념장”이라며 “꽃게장 때문에 고깃집을 찾는다는 손님의 말을 듣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게 장수'가 된 산림학 박사 "게장 버무릴 때 행복해요"
금상첨화의 양념게장은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처음엔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먹어보니 너무 맛있다’는 입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매출이 빠르게 올라갔다. 작년 5월 게장 양념을 입힌 새우장을 신제품으로 내놨다. 새우장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는 반응을 얻으면서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설립 2년도 안 돼 ‘춘천 맛집’ 입소문

금상첨화는 배달에만 집중한다. 춘천의 닭갈비 택배 배송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임차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온라인 배송에 ‘올인’하기로 한 배경이다. 월매출은 2500만~3000만원 선이다. 새우를 담는 독특한 캔 디자인은 젊은 소비자에게 캠핑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면서 매출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박사의 공부 실력은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일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논문부터 찾아보고 관련 정보를 계열화해 정리한다. 학생 때 산림청 사업을 도맡아 처리한 경험도 큰 힘이 된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할 때마다 관련 내용의 핵심을 파악해 신청하고 있다. 작년 일곱 차례 도전해 세 번 낙점됐다. 마케팅 지원은 물론 오픈마켓 입점도 공공기관 사업에 응모해 얻어낸 결과다. 그는 “공부의 기술이 요식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뭐든 배운다는 자세로 기초부터 익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 길 멀지만 ‘백종원’이 목표

최 대표는 가게 입구에 ‘K.A.L연구소’라는 명패를 달았다. 요리사의 ‘칼’을 의미하는 동시에 ‘친절과 사랑(kind and love)’이라는 뜻을 담았다. 요리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K.A.L연구소라는 명칭에 담겨 있다. 호기로운 연구소 명칭처럼 그의 포부와 꿈도 크다. 요식업에서 최고 자리에 우뚝 서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최 대표는 “요식업을 시작했다면 당연히 백종원 씨(더본코리아 대표)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선 어머니 고깃집과 금상첨화, 추가로 확장할 가게를 묶는 물류 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여러 가지 음식을 한 주방에서 조리할 수 있는 공유주방을 마련해 테이크아웃과 배달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 대표는 “요리를 통해 더 따뜻한 세상을 구현하는 게 꿈”이라며 “너무 빠르지 않게, 너무 느리지도 않게 결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FARM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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