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29·사진)은 지난 이틀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대반전을 오갔기 때문이다.

이경훈은 원래 6일(한국시간) 개막한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에 출전권이 없었다. 불참하는 선수가 있어야 출전할 수 있는 대기순번. 최종 출전 명단이 사실상 결정된 대회 전날까지도 이경훈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경훈은 대회 개막 전 만약의 가능성을 위해 연습라운드를 했다. 그러던 그에게 불운이 닥쳤다. 교통사고가 난 것. 아내 유주연 씨가 몰던 차에 타고 있었는데 도로에서 다른 차와 부딪혔다. 자칫 선수생명이 날아갈 뻔했다. 이경훈은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허리와 목에 뻐근함을 느꼈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이번엔 행운이 찾아왔다. 대회에 극적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8·이탈리아)가 갑자기 허리 통증으로 기권하면서 자리가 났다.

조 편성이 모두 끝난 뒤여서 몰리나리의 티 타임도 그대로 이경훈에게 넘겨졌다. 그 덕분에 그는 세계 최고 선수이자 2018년 이 대회 우승자인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40·잉글랜드)와 함께 경기하는 기회를 잡았다. 평소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조 편성이다. 이경훈은 “교통사고의 불운이 행운으로 바뀌었다”며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내게 대회 출전 기회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훈은 이날 이븐파 72타를 치며 공동 45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6언더파를 적어낸 동반자 매킬로이에겐 뒤졌으나 1오버파를 친 로즈보다는 스코어가 좋았다. 이경훈은 2라운드에서도 이들과 함께 경기한다.

‘한국 골프 간판’ 임성재(22)는 1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9위에 올랐다. 강성훈(32)이 3언더파 69타를 적어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인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