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던 우리 정부가 맞불을 놨다.

오는 9일을 기점으로 일본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고, 기존에 발급했던 비자의 효력도 중지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7일 한국 정부가 일본의 한국발 입국 제한에 상응 조치를 한 것과 관련해, "일본 측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오늘 오전 대구시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과학적이지도 슬기롭지도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6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일본에 대한 이 같은 내용의 상응조치를 발표했다. 조 차관은 "우리 정부는 사전협의나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일본 측의 이번 조치에 대해 깊은 유감 뜻을 다시 밝힌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움직임을 보여 온 일본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입국제한강화 조치를 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5일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대기할 것과 무비자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발표했고,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무비자 입국 금지 및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 정지 등을 결정하며 맞대응 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는 일본인이 90일 이내 단기 체류할 경우 비자를 면제해왔지만, 앞으로는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입국이 가능하다. 일본인에게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도 정지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직접 초치해 항의하며 "일 측이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로서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한 필요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임을 말씀드린다"며 강력한 상응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정부와 청와대 또한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가 지난달 27일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전면 봉쇄는 실효성이 없는 조치"라며 신중을 기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제한을 요구하는 국내 목소리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일본이 지난 5일 전격적으로 입국 제한에 돌입하자 발빠르게 맞대응에 나섰다.

한국이 약 100여개국으로부터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 조치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 대해서만 정부가 발빠른 강경조치를 발표하자 지난해 7월 공개된 한일갈등이 총선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민주연구원 보고서가 재조명됐다.
SBS 캡처
SBS 캡처
당시 SBS가 보도한 이 문서는 당시 7월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에서 만들어 당일 여당 의원 전원 128명에게 이메일로 전송됐다.

'대외주의'라는 빨간 글자가 귀퉁이에 적힌 문서였으며 3장짜리 문서의 제목은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7월 26일~27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였는데,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7월 보고서로 직접 공표하지는 않았던 내용도 담겨 있었다

지소미아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갈등에 관한 여야 대응이, 총선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민주연구원 보고서의 핵심이었다. 보고서 첫 페이지 첫 줄에는 "최근 한일갈등에 관한 대응은 총선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역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분리한 원칙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보고서는 또 말미에 '친일 비판'이 결국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어도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 여론 동향을 전달하며 이에 대한 대응이 선거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했다는 게 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상황.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원칙적 대응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으니 당연히 총선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논리로 작성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민주연구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면서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한국발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국가는 7일 오전 10시 시점, 총 102국이 됐다. 유엔 회원국(193국) 기준 세계 절반이 넘는 나라에서 한국발 입국자들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은 한국에 대해 '위험한 전염병의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