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융당국 내놓은 코로나대책 "실효성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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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대출한도 3분의 1이나 남았는데 한도 5조 증액
금융당국 소상공인 대출, 서류 절차에만 두 달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업체를 돕기 위해 자금을 대대적으로 풀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기존 대출한도를 3분의 2밖에 못 채운 상황에서 한도만 5조원 늘렸고, 금융당국의 소상공인 대출은 서류 절차에만 두 달이 걸린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지원하는 한은 금융중개지원 대출액은 올해 2월 말 17조13억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 대출의 총한도가 25조원인 만큼 전체 한도의 68%만 나갔다.
금융중개지원 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보다 훨씬 낮은 연 0.5∼0.75%의 저리로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은행이 먼저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한은이 사후적으로 은행의 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대출한도는 2015년 4월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어난 뒤 이듬해 3월 25조원이 됐다.
한은은 이번 달 9일부터 코로나19 피해업체를 돕기 위해 한도를 다시 30조원으로 높인다.
한도가 5년 새 두 배가 됐지만, 실제 대출액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한도가 15조원이던 2015년 3월 말에는 대출액이 12조3천559억원이었다.
올해 2월 말 대출액이 17조원가량임을 보면 한도가 10조원 늘 때 대출액은 5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존 한도도 30% 넘게 남는데 다시 한도만 높이는 것은 결국 생색만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지난달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지금 상황에서는 금융중개지원 같은 대출이 피해업종을 돕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주열 총재는 2월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안전의 위기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보다는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기업에 대한 미시적인 지원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를 돕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이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거나 자금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정책의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면서 "이런 한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도 증액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영세 사업자,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당장 '돈줄'이 메말라가는데 실제로 자금을 공급받기까지 2∼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이 걸리는 탓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보다는 자금 확대에만 급급해 속도감 있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대기 줄'이 긴 분야는 소상공인들의 보증부대출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소상공인 정책자금 확인서'를 뗀 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받아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모든 절차가 1∼2주면 끝나던 종전과는 달리 요즘은 수요가 많아 두 달가량이 걸린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심사 지연으로 자금 집행이 늦어지자 신용보증기금 퇴직 인원 투입, 심사 업무의 은행 위탁 등의 대안을 관계기관과 부랴부랴 협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심사 인력이 많지 않은데 단기간에 신청이 늘어서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면서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대책을 협의하고 있고, 이르면 이번 주부터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감염병에 여건이 어려워진 경제주체들이 단시일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전체적으로 어려워 돈줄이 마르고 자금이 필요한 곳이 많다"면서 "이 경우에는 대출 지원보다는 금리 인하가 더 나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특정 부문에 돈을 공급하기보다는 금리를 내려 여러 주체가 더 싸게 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금융당국 소상공인 대출, 서류 절차에만 두 달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업체를 돕기 위해 자금을 대대적으로 풀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기존 대출한도를 3분의 2밖에 못 채운 상황에서 한도만 5조원 늘렸고, 금융당국의 소상공인 대출은 서류 절차에만 두 달이 걸린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지원하는 한은 금융중개지원 대출액은 올해 2월 말 17조13억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 대출의 총한도가 25조원인 만큼 전체 한도의 68%만 나갔다.
금융중개지원 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보다 훨씬 낮은 연 0.5∼0.75%의 저리로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은행이 먼저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한은이 사후적으로 은행의 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대출한도는 2015년 4월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어난 뒤 이듬해 3월 25조원이 됐다.
한은은 이번 달 9일부터 코로나19 피해업체를 돕기 위해 한도를 다시 30조원으로 높인다.
한도가 5년 새 두 배가 됐지만, 실제 대출액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한도가 15조원이던 2015년 3월 말에는 대출액이 12조3천559억원이었다.
올해 2월 말 대출액이 17조원가량임을 보면 한도가 10조원 늘 때 대출액은 5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존 한도도 30% 넘게 남는데 다시 한도만 높이는 것은 결국 생색만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지난달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지금 상황에서는 금융중개지원 같은 대출이 피해업종을 돕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주열 총재는 2월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안전의 위기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보다는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기업에 대한 미시적인 지원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를 돕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이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거나 자금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정책의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면서 "이런 한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도 증액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영세 사업자,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당장 '돈줄'이 메말라가는데 실제로 자금을 공급받기까지 2∼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이 걸리는 탓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보다는 자금 확대에만 급급해 속도감 있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대기 줄'이 긴 분야는 소상공인들의 보증부대출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소상공인 정책자금 확인서'를 뗀 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받아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모든 절차가 1∼2주면 끝나던 종전과는 달리 요즘은 수요가 많아 두 달가량이 걸린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심사 지연으로 자금 집행이 늦어지자 신용보증기금 퇴직 인원 투입, 심사 업무의 은행 위탁 등의 대안을 관계기관과 부랴부랴 협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심사 인력이 많지 않은데 단기간에 신청이 늘어서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면서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대책을 협의하고 있고, 이르면 이번 주부터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감염병에 여건이 어려워진 경제주체들이 단시일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전체적으로 어려워 돈줄이 마르고 자금이 필요한 곳이 많다"면서 "이 경우에는 대출 지원보다는 금리 인하가 더 나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특정 부문에 돈을 공급하기보다는 금리를 내려 여러 주체가 더 싸게 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