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얼굴 아른하지만…코로나에 맞서는 당신이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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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선에 나온 구급 대원·보건소 공무원·군인의 투쟁기
세월호 빚을 갚겠다며 대구로 달려간 구급대원, 밤을 지새우며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공무원, 방역 대응도 전시처럼 임하는 군인까지.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코로나19에 맞서 최일선에 선 영웅들은 오늘도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밤잠 새우며 확진자 동선 찾는 구청 비상대책팀
'광주 OO번 확진자, XX약국 경유'
'삐삐~' 긴박하게 울리는 광주시의 긴급재난문자가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전날 발생한 확진자의 동선을 먼저 확인하는 게 광주 시민의 하루 일상이 됐다.
이 한 줄의 확진자 경로를 밝혀내기 위해 강규정(52) 광주 남구 비상대책상황팀장은 사흘 밤을 꼬박 새웠다.
몸은 부서질 것처럼 힘들었지만 확진자가 나온 이상 실시간으로 경로 파악과 접촉자 격리 등 후속 조치를 위해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확진 판정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환자를 직접 어르고 달래 대략적인 동선을 파악하고, 빠진 동선이 있는지 CCTV와 신용카드 명세로 시간과 장소를 교차 검증한다.
밀접 접촉자는 누구인지, 자가격리 대상자를 누구로 해야 하는지 접촉자 분류와 방역 조치까지 모두 강 팀장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이 모든 일이 최단 시간에 가장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피 부서인 감염병 관리 부서를 3차례 도맡았을 정도로 베테랑인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실 강 팀장은 최근 승진 인사를 받고 다른 부서로 발령받았다가 2주 만에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자 비상대책상황팀으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강 팀장의 쪽잠 생활은 일상이 됐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지는 피부염이 손등을 괴롭힌 지 오래지만, 연고 한 번 바르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다 쓰러져도. 저는 쓰러지면 안 됩니다.
제가 치료해야 하거든요.
"
재난 수준의 감염병 사태가 벌어진 이상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막아내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다만 강 팀장을 힘들게 하는 건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다 집에 찾아온 딸에게 따뜻한 밥 한끼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딸은 매 끼니 자신이 먹는 음식의 사진을 보내주며 오히려 강 팀장을 안심시켰다.
강 팀장은 "저뿐만 아니라 일선에 있는 모든 담당자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 고생하고 있다"며 "제가 이 일을 맡은 이상 끝까지 책임지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세월호 때 진 빚 갚으러 대구 달려간 구급대원
"세월호 때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구급대원의 은혜를 갚을 생각에 대구로 달려왔습니다.
"
광주 북부소방서 우산119안전센터 곽민우(38) 구급대원은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에 파견 나갔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늘어난 확진자를 전국 다른 병원으로 실어나를 구급대원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먼저 손을 들어 자원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가족들은 걱정 먼저 했다.
그러나 그는 보호복 챙겨입고, 수시로 방역하니 오히려 현장이 더 안전하다고 가족의 걱정을 달래며 대구로 향하는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곽 대원은 경증 환자를 구급차로 대구 외 다른 지역 병원시설로 이송하는 업무를 한다.
이송 대상자를 지정받으면 일단 구급차를 소독하고, 자택에서 격리 중인 확진자를 홀로 찾아 나선다.
확진자의 집 앞에서 구급차 문을 열어 놓고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경증 확진자를 불러 구급차에 태운다.
그리고는 100~200㎞ 거리에 떨어진 의료시설로 구급차를 홀로 몰고 쉴 새 없이 달린다.
혹시 모를 감염위험에 갑갑해도 보호복을 더욱 여미고, 마스크 콧등에서 올라는 숨에 습기가 수시로 서리는 보호 안경을 닦아가며 마음 무거운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2~3시간 걸리는 이송 과정에서 화장실이 급해도 지정된 고속도로 휴게시설에 도착할 때까지 구급차를 멈출 수도 없다.
타지 업무 중 가장 힘든 건 가족들이 보고 싶은 것뿐이다.
4살 딸과 3살 아들이 눈에 어른거릴 때면 휴대전화 영상통화 버튼을 눌러 그리움을 달랜다.
타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대구가 혼란스럽게 비쳤지만, 막상 겪은 대구 시민들은 차분하고 현명하게 위기에 대응하고 있었다.
그는 함께 파견 나간 광주 지역 구급대원 10명과 함께 대구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 우리가 현장을 지키자고 다짐했다.
곽 대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서 전국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소방·구급대원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며 "그때 진 빚을 언제 갚나 고민하던 중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해 고민 없이 자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끝없는 확산세에 지친 대구 시민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대응도 우리 임무' 군 장병도 구슬땀
"소독약과 함께 시민들의 근심과 걱정도 씻겨나가길 바라며, 힘을 내 제독 차량으로 방역에 나서고 있습니다.
"
군 장병들도 전시상황처럼 코로나19 대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육군 31보병사단 화생방지원대 40여명 장병 전원은 새벽부터 아침점호를 마치고 군 제독 차량을 정비하고, 물을 채우는데 총동원된다.
준비를 마치면 총 10대의 제독 차량 중 6~7대 차량이 광주·전남 곳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떠난다.
1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광주는 물론 전남 나주·무안·목포·광양·순천 등 전역이 그들의 작전지역이다.
각 차량에는 평균 15명의 군 장병들과 간부들이 탑승해 육중한 군용차량으로 광주·전남 전역을 누비느라 방역복을 땀으로 적신다.
31사단 장병들이 코로나19 대응에 동원된 것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지난 1월 말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작한 방역 지원 활동이 3월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지역의 여러 지자체에서 31사단 장병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면서 거의 하루도 쉴 날이 없다.
앞으로도 몇 달을 더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몸과 마음이 지칠 법도 하지만, 매일 점호, 화의에서 김지현 31사단 화생방지원대장(소령)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힘이 들어간다.
"힘들 줄 안다.
그러나 국군의 역할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니, 우리 임무를 실제 수행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장병들은 피로도를 고려해 교대로 현장에 나가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이들을 지휘할 간부들은 교대를 감당할 만큼 인원이 부족해 김 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거의 매일 현장에서 고된 방역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원한 물줄기로 소독약을 뿌리고 거리를 누비는 제독 차량을 보고 반기는 시민들의 반응은 이들에겐 에너지원이다.
'광주시민들과 31사단이 함께하겠습니다' 제독 차량에 내걸린 현수막을 본 시민들은 손뼉을 쳐주고, 손을 흔들며 제독차가 지나갈 자리를 양보 운전으로 배려하고 있다.
다른 31사단 장병들과 예비군 자원도 검역과 지역 내 방역에 매일 같이 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빚을 갚겠다며 대구로 달려간 구급대원, 밤을 지새우며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공무원, 방역 대응도 전시처럼 임하는 군인까지.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코로나19에 맞서 최일선에 선 영웅들은 오늘도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밤잠 새우며 확진자 동선 찾는 구청 비상대책팀
'광주 OO번 확진자, XX약국 경유'
'삐삐~' 긴박하게 울리는 광주시의 긴급재난문자가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전날 발생한 확진자의 동선을 먼저 확인하는 게 광주 시민의 하루 일상이 됐다.
이 한 줄의 확진자 경로를 밝혀내기 위해 강규정(52) 광주 남구 비상대책상황팀장은 사흘 밤을 꼬박 새웠다.
몸은 부서질 것처럼 힘들었지만 확진자가 나온 이상 실시간으로 경로 파악과 접촉자 격리 등 후속 조치를 위해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확진 판정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환자를 직접 어르고 달래 대략적인 동선을 파악하고, 빠진 동선이 있는지 CCTV와 신용카드 명세로 시간과 장소를 교차 검증한다.
밀접 접촉자는 누구인지, 자가격리 대상자를 누구로 해야 하는지 접촉자 분류와 방역 조치까지 모두 강 팀장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이 모든 일이 최단 시간에 가장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피 부서인 감염병 관리 부서를 3차례 도맡았을 정도로 베테랑인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실 강 팀장은 최근 승진 인사를 받고 다른 부서로 발령받았다가 2주 만에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자 비상대책상황팀으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강 팀장의 쪽잠 생활은 일상이 됐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지는 피부염이 손등을 괴롭힌 지 오래지만, 연고 한 번 바르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다 쓰러져도. 저는 쓰러지면 안 됩니다.
제가 치료해야 하거든요.
"
재난 수준의 감염병 사태가 벌어진 이상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막아내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다만 강 팀장을 힘들게 하는 건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다 집에 찾아온 딸에게 따뜻한 밥 한끼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딸은 매 끼니 자신이 먹는 음식의 사진을 보내주며 오히려 강 팀장을 안심시켰다.
강 팀장은 "저뿐만 아니라 일선에 있는 모든 담당자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 고생하고 있다"며 "제가 이 일을 맡은 이상 끝까지 책임지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세월호 때 진 빚 갚으러 대구 달려간 구급대원
"세월호 때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구급대원의 은혜를 갚을 생각에 대구로 달려왔습니다.
"
광주 북부소방서 우산119안전센터 곽민우(38) 구급대원은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에 파견 나갔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늘어난 확진자를 전국 다른 병원으로 실어나를 구급대원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먼저 손을 들어 자원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가족들은 걱정 먼저 했다.
그러나 그는 보호복 챙겨입고, 수시로 방역하니 오히려 현장이 더 안전하다고 가족의 걱정을 달래며 대구로 향하는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곽 대원은 경증 환자를 구급차로 대구 외 다른 지역 병원시설로 이송하는 업무를 한다.
이송 대상자를 지정받으면 일단 구급차를 소독하고, 자택에서 격리 중인 확진자를 홀로 찾아 나선다.
확진자의 집 앞에서 구급차 문을 열어 놓고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경증 확진자를 불러 구급차에 태운다.
그리고는 100~200㎞ 거리에 떨어진 의료시설로 구급차를 홀로 몰고 쉴 새 없이 달린다.
혹시 모를 감염위험에 갑갑해도 보호복을 더욱 여미고, 마스크 콧등에서 올라는 숨에 습기가 수시로 서리는 보호 안경을 닦아가며 마음 무거운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2~3시간 걸리는 이송 과정에서 화장실이 급해도 지정된 고속도로 휴게시설에 도착할 때까지 구급차를 멈출 수도 없다.
타지 업무 중 가장 힘든 건 가족들이 보고 싶은 것뿐이다.
4살 딸과 3살 아들이 눈에 어른거릴 때면 휴대전화 영상통화 버튼을 눌러 그리움을 달랜다.
타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대구가 혼란스럽게 비쳤지만, 막상 겪은 대구 시민들은 차분하고 현명하게 위기에 대응하고 있었다.
그는 함께 파견 나간 광주 지역 구급대원 10명과 함께 대구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 우리가 현장을 지키자고 다짐했다.
곽 대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서 전국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소방·구급대원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며 "그때 진 빚을 언제 갚나 고민하던 중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해 고민 없이 자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끝없는 확산세에 지친 대구 시민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대응도 우리 임무' 군 장병도 구슬땀
"소독약과 함께 시민들의 근심과 걱정도 씻겨나가길 바라며, 힘을 내 제독 차량으로 방역에 나서고 있습니다.
"
군 장병들도 전시상황처럼 코로나19 대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육군 31보병사단 화생방지원대 40여명 장병 전원은 새벽부터 아침점호를 마치고 군 제독 차량을 정비하고, 물을 채우는데 총동원된다.
준비를 마치면 총 10대의 제독 차량 중 6~7대 차량이 광주·전남 곳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떠난다.
1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광주는 물론 전남 나주·무안·목포·광양·순천 등 전역이 그들의 작전지역이다.
각 차량에는 평균 15명의 군 장병들과 간부들이 탑승해 육중한 군용차량으로 광주·전남 전역을 누비느라 방역복을 땀으로 적신다.
31사단 장병들이 코로나19 대응에 동원된 것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지난 1월 말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작한 방역 지원 활동이 3월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지역의 여러 지자체에서 31사단 장병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면서 거의 하루도 쉴 날이 없다.
앞으로도 몇 달을 더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몸과 마음이 지칠 법도 하지만, 매일 점호, 화의에서 김지현 31사단 화생방지원대장(소령)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힘이 들어간다.
"힘들 줄 안다.
그러나 국군의 역할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니, 우리 임무를 실제 수행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장병들은 피로도를 고려해 교대로 현장에 나가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이들을 지휘할 간부들은 교대를 감당할 만큼 인원이 부족해 김 대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거의 매일 현장에서 고된 방역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원한 물줄기로 소독약을 뿌리고 거리를 누비는 제독 차량을 보고 반기는 시민들의 반응은 이들에겐 에너지원이다.
'광주시민들과 31사단이 함께하겠습니다' 제독 차량에 내걸린 현수막을 본 시민들은 손뼉을 쳐주고, 손을 흔들며 제독차가 지나갈 자리를 양보 운전으로 배려하고 있다.
다른 31사단 장병들과 예비군 자원도 검역과 지역 내 방역에 매일 같이 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