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더 센 투쟁하려고…르노삼성 노조 "민노총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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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을 추진한다. 회사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상급단체의 지원을 받아 투쟁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지난 6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직으로 변경하기 위한 조합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안팎에서는 노조가 무리한 투쟁에 나서면 ‘노사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프랑스 르노 본사가 수출 물량을 다른 해외 공장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민주노총 가입하면 노사 모두 공멸"…XM3 물량 배정 끊길 수도
경영 위기에도 강경 투쟁 선언한 르노삼성 노조 르노삼성자동차는 2018년까지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관계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한 덕분이다. 2015~2017년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생산성도 르노의 글로벌 공장 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
이런 평가는 2018년 12월 노조 4대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확 바뀌었다. 새 집행부는 취임하자마자 투쟁 수위를 높였다. 노조가 전면파업을 하고, 회사가 부분 직장폐쇄로 맞서는 일도 벌어졌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고위 임원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도 노조는 요지부동이었다. 르노삼성 노조는 급기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사 모두가 패자가 되는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르노 철수 빌미 줄 수도”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 가입을 2018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2011년 르노삼성 직원 50여 명을 모아 기존 노조(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기업 노조)와 별개의 민주노총 르노삼성 지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됐지만 민주노총 가입은 쉽지 않았다. 노조 내부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노조원 중에서도 민주노총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며 “임기 초에 ‘당분간 민주노총 가입은 거론하지 말자’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르노삼성은 사상 최악의 ‘판매 절벽’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르노삼성의 국내외 판매량은 7057대로 전년 동월(1만1721)보다 39.8% 급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가 민주노총 가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임단협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사 노사는 2019년도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 인상과 노동 강도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기본급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총회를 열고 민주노총 가입 의견을 묻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노사갈등이 길어지면서 일반 노조원들의 ‘투쟁 피로감’이 극에 달한 탓이다. 르노삼성 노조 파업 참가율은 지난해 초만 해도 80%에 육박했지만, 올 1월 파업에는 20%대에 그쳤다.
수출 물량 배정 못 받나
르노삼성 안팎에서는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노사 모두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 XM3 유럽 수출 물량 확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르노그룹 2인자인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담당 부회장은 지난 1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 노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유럽 수출 물량을 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르노 본사에서는 (부산공장은) 또 파업이냐는 말이 나온다”며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사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지난해 초 XM3 유럽 물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하려 했지만,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결정을 1년 넘게 미루고 있다”며 “최근에는 유럽에 있는 르노 공장에 이 물량이 배정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이 XM3 수출 물량을 따내지 못하면 부산공장 생산량은 반 토막 난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닛산 로그를 수탁생산했는데, 이달 계약이 끝난다. 로그 물량은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약 10만 대)을 차지했다.
르노삼성이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놓치면 부산공장의 인력 절반가량이 남아돌게 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르노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지난 6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직으로 변경하기 위한 조합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안팎에서는 노조가 무리한 투쟁에 나서면 ‘노사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프랑스 르노 본사가 수출 물량을 다른 해외 공장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민주노총 가입하면 노사 모두 공멸"…XM3 물량 배정 끊길 수도
경영 위기에도 강경 투쟁 선언한 르노삼성 노조 르노삼성자동차는 2018년까지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관계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한 덕분이다. 2015~2017년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생산성도 르노의 글로벌 공장 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
이런 평가는 2018년 12월 노조 4대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확 바뀌었다. 새 집행부는 취임하자마자 투쟁 수위를 높였다. 노조가 전면파업을 하고, 회사가 부분 직장폐쇄로 맞서는 일도 벌어졌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고위 임원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도 노조는 요지부동이었다. 르노삼성 노조는 급기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사 모두가 패자가 되는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르노 철수 빌미 줄 수도”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 가입을 2018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2011년 르노삼성 직원 50여 명을 모아 기존 노조(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기업 노조)와 별개의 민주노총 르노삼성 지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됐지만 민주노총 가입은 쉽지 않았다. 노조 내부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노조원 중에서도 민주노총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며 “임기 초에 ‘당분간 민주노총 가입은 거론하지 말자’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르노삼성은 사상 최악의 ‘판매 절벽’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르노삼성의 국내외 판매량은 7057대로 전년 동월(1만1721)보다 39.8% 급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가 민주노총 가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임단협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사 노사는 2019년도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 인상과 노동 강도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기본급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총회를 열고 민주노총 가입 의견을 묻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노사갈등이 길어지면서 일반 노조원들의 ‘투쟁 피로감’이 극에 달한 탓이다. 르노삼성 노조 파업 참가율은 지난해 초만 해도 80%에 육박했지만, 올 1월 파업에는 20%대에 그쳤다.
수출 물량 배정 못 받나
르노삼성 안팎에서는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노사 모두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 XM3 유럽 수출 물량 확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르노그룹 2인자인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담당 부회장은 지난 1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 노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유럽 수출 물량을 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르노 본사에서는 (부산공장은) 또 파업이냐는 말이 나온다”며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사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지난해 초 XM3 유럽 물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하려 했지만,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결정을 1년 넘게 미루고 있다”며 “최근에는 유럽에 있는 르노 공장에 이 물량이 배정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이 XM3 수출 물량을 따내지 못하면 부산공장 생산량은 반 토막 난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닛산 로그를 수탁생산했는데, 이달 계약이 끝난다. 로그 물량은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약 10만 대)을 차지했다.
르노삼성이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놓치면 부산공장의 인력 절반가량이 남아돌게 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르노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