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코로나 경제전망…내수·수출 위축 vs 빠른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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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경기 전반 빠르게 위축"
한은 "전염병,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 등에 영향일 뿐"
한은 "전염병,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 등에 영향일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되고, 경쟁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전염병 확산세만 진정되면 빠르게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예상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KDI 경제동향 3월호'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월에는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었지만, 2월부터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2월 초 이후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가동률이 하락했고, 제주도 관광객은 내국인(-39.3%)과 외국인(-77.2%)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을 예로 들었다. 제조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까지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코로나19, 중국 수출에 부정적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4.2에서 96.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BSI는 전월 95.5에서 89.5로, 제조업은 96.5에서 87.7로, 비제조업은 94.1에서 91.8 등으로 기업투자심리도 큰폭으로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출에 있어서 코로나19는 부정적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2월 수출은 조업일수 확대로 4.5% 증가했지만, 하루평균 수출액은 전월 5.9% 증가에서 12.2% 감소로 전환했다. 대(對)중국 수출은 조업일수 확대에도 -6.6%로 줄었고 자동차 수출(-16.6%)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수출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는 현대경제연구원도 마찬가지다. 류승희 연구원은 8일 낸 경제주평에서 △더블 C(Corona-China) 공포 △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인한 대(對)중국 수출감소 △미국·유럽연합(EU) 무역분쟁 확산 가능성을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기둔화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전망이다.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감염병으로 가치사슬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연구원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늘리기로 한 만큼, 미국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상품은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보기술(IT), 기계, 철강 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들이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반도체 경기는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 아시아개발은행 "한국 GDP 및 취업자수 급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놓은 '코로나19 경제적 영향 평가'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165억3100만 달러(약 19조7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2018년 기준 한국 GDP 1.02%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고용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취업자 수는 35만7000명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의 1.19% 수준이다. ADB가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여행 금지와 내수 감소가 6개월간 이어지고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발병해 3개월간 지속하는 경우다. 중국 내 소비와 투자가 평시보다 2% 감소하고, 한국에서도 소비가 2% 줄어드는 것도 전제 조건이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은 6개월 간 반 토막 수준으로, 아시아 외 국가에서 동아시아·동남아시아를 찾는 관광객 수도 최상의 시나리오보다 40% 감소한다는 내용이다.
◆ 한은 "진정되면 경제 빠르게 회복 가능"
그렇다고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은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염병 확산은 경제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미치지만, 확산세가 진정되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경제심리가 크게 악화했지만,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될 경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4∼2016년 에볼라 등 사례를 담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집계에 따르면 이들 전염병의 경제적 손실액은 사스가 400억달러, 메르스(국내)가 2조3000억원, 에볼라가 220억달러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전염병은 스페인독감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적·물적 자본손실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직접적인 인적·물적 자본손실을 초래해 생산활동을 저해하고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것과는 다른 해석이다. 자연재해는 피해시설의 복구 정도에 따라 경제 회복속도가 상이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염병의 경우 확산세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사스는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인접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집중적인 확산 기간은 2003년 2분기 정도에 그쳤고, 국내 메르스도 확산 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았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하고 거래처를 다변화해 주요 교역 상대국의 재난에 따른 중간재 수급 차질 등 공급망 훼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KDI 경제동향 3월호'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월에는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었지만, 2월부터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2월 초 이후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가동률이 하락했고, 제주도 관광객은 내국인(-39.3%)과 외국인(-77.2%)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을 예로 들었다. 제조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까지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코로나19, 중국 수출에 부정적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4.2에서 96.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BSI는 전월 95.5에서 89.5로, 제조업은 96.5에서 87.7로, 비제조업은 94.1에서 91.8 등으로 기업투자심리도 큰폭으로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출에 있어서 코로나19는 부정적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2월 수출은 조업일수 확대로 4.5% 증가했지만, 하루평균 수출액은 전월 5.9% 증가에서 12.2% 감소로 전환했다. 대(對)중국 수출은 조업일수 확대에도 -6.6%로 줄었고 자동차 수출(-16.6%)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수출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는 현대경제연구원도 마찬가지다. 류승희 연구원은 8일 낸 경제주평에서 △더블 C(Corona-China) 공포 △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인한 대(對)중국 수출감소 △미국·유럽연합(EU) 무역분쟁 확산 가능성을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기둔화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전망이다.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감염병으로 가치사슬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연구원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늘리기로 한 만큼, 미국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상품은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보기술(IT), 기계, 철강 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들이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반도체 경기는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 아시아개발은행 "한국 GDP 및 취업자수 급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놓은 '코로나19 경제적 영향 평가'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165억3100만 달러(약 19조7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2018년 기준 한국 GDP 1.02%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고용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취업자 수는 35만7000명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의 1.19% 수준이다. ADB가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여행 금지와 내수 감소가 6개월간 이어지고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발병해 3개월간 지속하는 경우다. 중국 내 소비와 투자가 평시보다 2% 감소하고, 한국에서도 소비가 2% 줄어드는 것도 전제 조건이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은 6개월 간 반 토막 수준으로, 아시아 외 국가에서 동아시아·동남아시아를 찾는 관광객 수도 최상의 시나리오보다 40% 감소한다는 내용이다.
◆ 한은 "진정되면 경제 빠르게 회복 가능"
그렇다고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은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염병 확산은 경제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미치지만, 확산세가 진정되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경제심리가 크게 악화했지만,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될 경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4∼2016년 에볼라 등 사례를 담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집계에 따르면 이들 전염병의 경제적 손실액은 사스가 400억달러, 메르스(국내)가 2조3000억원, 에볼라가 220억달러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전염병은 스페인독감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적·물적 자본손실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직접적인 인적·물적 자본손실을 초래해 생산활동을 저해하고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것과는 다른 해석이다. 자연재해는 피해시설의 복구 정도에 따라 경제 회복속도가 상이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염병의 경우 확산세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사스는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인접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집중적인 확산 기간은 2003년 2분기 정도에 그쳤고, 국내 메르스도 확산 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았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하고 거래처를 다변화해 주요 교역 상대국의 재난에 따른 중간재 수급 차질 등 공급망 훼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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