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코로나19 '팬데믹 공포'에 유가폭락까지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구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국제유가까지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향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둔화하면 코스피가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9일 오전 11시 44분 현재 코스피는 1,949.11로 전 거래일보다 4.47% 폭락했다.

우선 코로나19가 유럽·미국·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 사실상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단계로 접어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유럽의 코로나19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는 8일(현지시간) 하루에 확진자가 7천375명으로 무려 1천492명(25%) 급증했고 사망자도 133명이 늘면서 한국을 제치고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사망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미국에서도 8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512명, 사망자가 21명으로 늘었으며,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의심증상자 46명을 검사한 결과 절반 가까운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밖에 중동 13개국에서도 확진자 수가 6천명을 넘기고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도 확진자 수가 계속 늘면서 코로나19가 이미 사실상 팬데믹 단계로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고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전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에서는 대체로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완만해진 가운데 유럽과 미국 위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추이에 따라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해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도 증시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더해주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날 오전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2.5달러로 전장보다 21% 폭락했다.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관련해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하지 못하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원유 수출가격을 대폭 낮추고 내달부터 산유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미국 셰일오일·가스 업체들과 남미 등 원자재 생산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도 건설·조선 등 유가 관련주를 중심으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서상영 연구원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사례를 보면 확진자가 급증할 때 지수도 변동성이 커졌다"며 "그러나 확진자 증가 폭이 둔화하면 증시는 안정을 찾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확진자 수 증가가 둔화해 공포심리가 완화되면 지수가 평가가치(밸류에이션) 하락에 기반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중국은 물론 한국 증시가 미국 등지보다 먼저 큰 폭의 조정을 받아 악재를 선반영했다"며 "여기에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8일 하루 248명으로 급증세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확진자 수 동향을 자신하기는 어렵지만, 신천지 전수조사가 일단락되고, 대구·경북 이외 지역에서 확산이 제한적임을 고려하면 확진자 수 증가 속도는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따라서 "세계 증시가 코로나19 확산, 경기·실적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정점을 통과하면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