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어찌하리오" 증시패닉·환율급등·채권불안·유가폭락 [종합]
내 증시는 물론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폭락세다.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을 넘어섰고, 채권시장의 경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로 진입했다. 급기야 '유가 전쟁'까지 터지면서 원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파생상품들은 '줄 하한가'를 기록하며 요동치고 있다.

9일 오후 아시아 금융시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다 '유가 전쟁'까지 겹치면서 동반 급락 중이다.

코스피지수는 4%가량 빠진 1958포인트를 오가고 있고 중소형주(株) 중심의 코스닥지수도 3~4%대 급락세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오후 1시53분 기준으로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원 이상 보유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같은 시간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6%가까운 폭락세를 보이며 19,600선을 밑돌고 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2.41% 내린 2960선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3.5% 이상 주저앉았다.

여기에 '유가 전쟁'까지 터졌다. 지난 주말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감산에 합의하지 못한 탓에 장중 한때 30% 이상 빠지는 등 국제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이날 오전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31.5% 폭락한 31.02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2월22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에 국내 석유 관련 파생상품인 원유ETF(상장지수펀드)가 줄줄이 30% 하한가(가격제한폭)를 기록 중이다. 현재 KODEX WTI원유선물(H)은 전 거래일보다 29.97% 급락한 1만1015원을 기록하고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TIGER 원유선물Enhanced(H) 역시 29.98% 하락한 22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상품은 WTI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유선물지수의 원화환산전 수익률을 뒤따르는 파생상품이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가 "감산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사우디가 4월 원유 수출가격까지 대폭 하락시켰다.

코로나19 공포에 유가 폭락까지 더해져 세계 금융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오전 한때 온스당 1702달러까지 치솟아 2012년 12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아울러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0.28%포인트 내린 0.48%를 나타냈다. 사상 처음 0.5%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국채 금리가 내려간 만큼 국채 가격은 반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도 불안감이 증폭,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00원을 돌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13원 급등한 1205.30원을 기록 중이다.

채권시장의 경우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들었다. 장중 한때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내렸다.

증권가(街)는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개장 직후 연 0.99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3년물 금리가 장중 1% 미만에 거래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5년물 금리도 연 1.108%를 기록해 모두 기준금리(연 1.25%)를 밑돌고 있다.

단기채 뿐만 아니라 장기채 금리까지 하락 중이다. 10년물 금리는 9.7bp 내린 1.273%, 2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12.2bp, 11.7bp 내린 연 1.322%, 연 1.338%에 거래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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