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5곳 돌았지만 허탕…"1주일 또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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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5부제 첫날…약국도 시민도 '곤욕'
약국은 여전히 전쟁터
대리구매 여전히 불편
약국은 여전히 전쟁터
대리구매 여전히 불편
“정부 말이 자꾸 바뀌니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불안해서 살 수 있을 때 최대한 사두려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9시 세종시 농협하나로마트 다정점. 번호표 100장을 나눠주기 30분 전부터 출입문 앞에는 80여 명이 서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부터 약국에선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를 ‘1주 1인 2장’만 구입할 수 있다. 중복구매 방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에서는 이와 관계없이 매일 1인당 한 장을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에 두 곳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나왔다.
이날 약국마다 공급된 마스크 물량은 100~200장 정도에 불과했다. 약국이 마스크를 다 파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분이 채 안 됐다. 줄을 선 사람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사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 종로5가 약국 앞에서 줄을 섰던 이모씨(64)는 “1956년생이라서 사러 나왔는데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며 “오늘 못 사면 1주일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디 가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약국마다 판매시간도 제각각인 데다 언제 팔지 알려주지 않는 것도 시민들의 큰 불만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의 약국을 돌았다는 김모씨(54)는 “다섯 곳을 갔지만 이미 다 팔렸거나 아직 입고가 안 됐다고 한다”며 “도대체 어디 가서 마스크를 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분증 확인’ 여기저기서 실랑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이날부터 약국을 중심으로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이날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사람만 신분증 확인을 거쳐 마스크 구입이 가능했다.
약국 앞에 늘어서던 줄은 짧아졌지만 약국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종로5가역 인근 A약국에서는 약사와 손님 간 고성이 오갔다. 밀려드는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던 약사가 1961년생인 남성에게 “판매 대상이 아니다”고 잘못 안내한 것이 발단이었다. 잘못을 깨달은 약사는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마스크를 건넸다.
반대로 손님이 지침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공적 마스크 150장 판매를 시작한 종로 보령약국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끝자리가 1인데 해당되느냐”, “생일이 1일인데 오늘 살 수 있는 것 아니냐” 등 손님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약국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 대기 중인 시민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약사들은 “마스크 판매에 5부제 설명까지 떠맡게 됐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약사는 “약사들끼리는 ‘마무새(마스크+앵무새)’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한다”며 “1인 약국들은 약 제조 업무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했다.
경기 광주에서는 마스크를 사지 못한 손님이 흉기로 약국 직원을 위협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이날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낫을 들고 약국에서 난동을 부린 A씨(63)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직원은 다치지 않았고 당시 약국 내 다른 손님은 없었다.
주민등록 주소 다르면 대리구매 불가능
정부가 지침을 수정하면서 함께 사는 가족이 만 10세 이하(2010년 이후 출생) 어린이거나 만 80세 이상(1940년 이전 출생) 노인이면 대리구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했다. 세종시에 사는 고모씨(39)는 “서울에 사는 부모님이 편찮으신 데다가 마스크를 못 구해 곤란을 겪고 계신데 주민등록지가 달라 공적 마스크 대리구매가 안 된다”며 “가족관계증명서로도 대리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대리구매를 위해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하려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정부24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은 중복구매 방지시스템을 언제 갖출 수 있을지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마트 다정점 관계자는 “매장 내 계산용 단말기는 별도 서버를 쓰기 때문에 중복구매 방지시스템을 바로 적용할 수 없다”며 “마스크 판매 확인용 컴퓨터를 따로 마련하고 담당 직원도 둬야 하는데 아직까지 본사에서 별도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했다.
구은서/배태웅 기자 koo@hankyung.com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9시 세종시 농협하나로마트 다정점. 번호표 100장을 나눠주기 30분 전부터 출입문 앞에는 80여 명이 서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부터 약국에선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를 ‘1주 1인 2장’만 구입할 수 있다. 중복구매 방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에서는 이와 관계없이 매일 1인당 한 장을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에 두 곳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나왔다.
이날 약국마다 공급된 마스크 물량은 100~200장 정도에 불과했다. 약국이 마스크를 다 파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분이 채 안 됐다. 줄을 선 사람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사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 종로5가 약국 앞에서 줄을 섰던 이모씨(64)는 “1956년생이라서 사러 나왔는데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며 “오늘 못 사면 1주일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디 가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약국마다 판매시간도 제각각인 데다 언제 팔지 알려주지 않는 것도 시민들의 큰 불만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의 약국을 돌았다는 김모씨(54)는 “다섯 곳을 갔지만 이미 다 팔렸거나 아직 입고가 안 됐다고 한다”며 “도대체 어디 가서 마스크를 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분증 확인’ 여기저기서 실랑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이날부터 약국을 중심으로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이날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사람만 신분증 확인을 거쳐 마스크 구입이 가능했다.
약국 앞에 늘어서던 줄은 짧아졌지만 약국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종로5가역 인근 A약국에서는 약사와 손님 간 고성이 오갔다. 밀려드는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던 약사가 1961년생인 남성에게 “판매 대상이 아니다”고 잘못 안내한 것이 발단이었다. 잘못을 깨달은 약사는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마스크를 건넸다.
반대로 손님이 지침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공적 마스크 150장 판매를 시작한 종로 보령약국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끝자리가 1인데 해당되느냐”, “생일이 1일인데 오늘 살 수 있는 것 아니냐” 등 손님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약국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 대기 중인 시민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약사들은 “마스크 판매에 5부제 설명까지 떠맡게 됐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약사는 “약사들끼리는 ‘마무새(마스크+앵무새)’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한다”며 “1인 약국들은 약 제조 업무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했다.
경기 광주에서는 마스크를 사지 못한 손님이 흉기로 약국 직원을 위협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이날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낫을 들고 약국에서 난동을 부린 A씨(63)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직원은 다치지 않았고 당시 약국 내 다른 손님은 없었다.
주민등록 주소 다르면 대리구매 불가능
정부가 지침을 수정하면서 함께 사는 가족이 만 10세 이하(2010년 이후 출생) 어린이거나 만 80세 이상(1940년 이전 출생) 노인이면 대리구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했다. 세종시에 사는 고모씨(39)는 “서울에 사는 부모님이 편찮으신 데다가 마스크를 못 구해 곤란을 겪고 계신데 주민등록지가 달라 공적 마스크 대리구매가 안 된다”며 “가족관계증명서로도 대리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대리구매를 위해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하려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정부24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은 중복구매 방지시스템을 언제 갖출 수 있을지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마트 다정점 관계자는 “매장 내 계산용 단말기는 별도 서버를 쓰기 때문에 중복구매 방지시스템을 바로 적용할 수 없다”며 “마스크 판매 확인용 컴퓨터를 따로 마련하고 담당 직원도 둬야 하는데 아직까지 본사에서 별도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했다.
구은서/배태웅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