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대상포진 등 쉽게 확인
분당서울대병원은 나정임 피부과 교수(사진)팀이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AI를 개발했다고 9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구글이 26개 질환을 분류하는 AI를 개발했지만 100개 넘는 피부 질환을 진단하는 AI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부질환 병변은 다양한 형태지만 기존 진단용 AI는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정도만 구별하도록 훈련받아 AI의 오진 비율이 높았다. 나 교수팀은 합성곱신경망(CNN) 알고리즘을 활용해 22만 장에 이르는 피부병변 사진을 학습토록 했다.
이렇게 개발된 AI는 피부과 전문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문의를 따기 전인 레지던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피부암을 정확하게 진단했다. 항생제 처방 등 치료법도 제시했다.
피부과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 26명과 전문의 21명이 3501개 병변 사진을 보고 진단했더니 의사 혼자 진단할 때의 민감도(질병을 찾아내는 정도)는 77.4%였지만 AI 도움을 받을 때는 86.8%로 높아졌다. 의료인이 아닌 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민감도가 47.6%였지만 AI 도움을 받을 때는 87.5%였다. 피부암을 두 배 정도 더 잘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피부 질환 AI는 피부암을 감별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에 개발된 AI는 대상포진 등 감염성 피부질환, 건선 등 염증성 피부질환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나 교수는 “앞으로 AI와 의사는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가 의사 진단능력을 높여주는 조력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후속 연구를 통해 AI 알고리즘이 상용화되면 일반인이 특별한 장비 없이 스마트폰, PC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피부암을 검진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피부과를 일찍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피부연구학회지(JID)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