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시장이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국제유가도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코스피, 1년5개월 만에 최대 낙폭 기록

9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급락한 1954.77에 장을 마쳤다. 4%대 폭락으로 코스피는 여러가지 최악의 기록들을 다시 썼다.

코스피가 1950선에서 마감한 건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컸던 지난해 8월29일(종가 1933.41) 이후 약 7개월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의 낙폭은 2018년 10월11일 4.44%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대다.

지수 하락을 이끈 건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위축된 투자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외국인은 1조3122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2011년 8월10일(1조2759억원) 이후 약 9년 만의 최대 매도폭이다. 기관도 415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1조2751억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울상이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4%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 네이버 LG화학 현대차 삼성SDI 포스코 등은 5~6% 급락했다. 국제 유가 급락에 정유주와 조선주가 하락했다. S-Oil SK이노베이션이 8~9% 급락했다.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은 10~12% 폭락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도 하락했다. 전날보다 28.12포인트(4.38%) 내린 614.6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달 28일 이후 6거래일만에 다시 610선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외국인 기관이 각각 1393억원 605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2161억원 순매수했다.

◆일본 닛케이, 중국 상해지수도 급락

국내 증시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패닉이었다. 오후 2시40분 현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낙폭을 키워 2.9% 내린 2940선에서 거래 중이고, 홍콩 항셍지수는 3.5% 내린 2만5231.37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도쿄증시는 급락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7% 폭락한 1만9698.76에 장을 마쳤다. 닛케이지수가 장중 2만선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월7일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시장 참가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2원 가까이 급등했다.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상대적 위험자산인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9원 오른 1204.20원에 마감했다. 지난 달 28일 이후 6거래일 만에 1200원선에 재진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이은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 양상을 보여줬다"며 "유가를 둘러싼 치킨게임은 글로벌 신용 위험을 높이고 금융시장에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점도 문제"라며 "미국, 유럽의 신규 확진자 수가 당분간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 흐름의 주요 잣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