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용·성(수원·용인·성남)’ 풍선효과가 남하하면서 경기 안산·군포·안성 등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는 안성 당왕지구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 한경DB
‘2·2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용·성(수원·용인·성남)’ 풍선효과가 남하하면서 경기 안산·군포·안성 등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는 안성 당왕지구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 한경DB
“군자주공9단지엔 매물이 2개밖에 안 남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실물을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매수를 원하면 사진으로 보여드릴게요.”(경기 안산시 선부동 H공인 대표)

지난 8일 찾은 안산시 선부동의 한 중개업소엔 코로나19 확산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30대 부부가 상담을 받고 있었다. 지난 1월 말 1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던 이 단지 전용면적 36㎡는 이달 초 2억2700만원에 실거래되며 한 달 만에 약 5000만원이 뛰었다. 인근 H공인 대표는 “지난 2~3주 동안 손님들이 몰리며 가격이 5000만~1억원 뛰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전화 문의나 방문 예약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군포에 외지인 몰려

경기 남부 안산·군포·안성으로 '또 풍선효과'
‘2·20 부동산 대책’ 이후 안산·군포·안성 등 경기 남부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남하하고 있다.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을 누르자 전세를 안고 매수하는 갭투자자들이 이 지역으로 서둘러 진입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동향’에 따르면 3월 첫째 주(2일 기준) 안산은 0.59% 오르며 6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안산에선 신안산선, 고속철도(KTX) 등 교통 호재로 초지역 인근 원곡동과 선부동의 신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원곡동 A공인 대표는 “그랑시티자이, 푸르지오 등 신축 아파트 전용 84㎡가 5억원을 넘기면서 가격 상승을 선도했다”며 “롯데캐슬더샵의 한 매도자는 2주 만에 가격이 급등하자 거래를 파기했다”고 말했다. 내년 9월 입주를 앞둔 ‘이편한세상초지역센트럴포레’ 분양권 프리미엄은 1억6000만원까지 붙었다. 2·20 대책 이후로는 재건축 기대가 있는 군자주공아파트로 갭투자 수요가 몰렸다. M공인 대표는 “군자주공 9~10단지 매물이 사라지자 14·11단지 호가도 3000만~4000만원 뛰었다”고 전했다.

군포는 산본 위주로 오르며 전주(0.67%) 대비 두 배가량 높은 1.27%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인근의 재건축 가능성이 있거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급증했다. 금정동 율곡주공은 지난 2월에만 35건 이상이 실거래됐다. 올해 초 3억원에 거래된 율곡주공 전용 52㎡는 지난달 17일 3억8000만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J공인 대표는 “수용성 규제 얘기가 나온 지난달 10일부터 2주간 광풍이 몰아쳤다”며 “법인으로 투자하려는 30~40대 외지인들이 몰려왔다”고 전했다.

안성에선 미분양 급감

안성은 최근 2주 연속 상승하면서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지난주엔 주간 단위로 0.1% 오르며 2015년 11월 셋째 주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분양 아파트도 하나둘 팔리고 있다. 지난달 안성의 미분양 물량은 874가구로, 2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곳 당왕지구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 미분양 물량은 600여 가구에서 200여 가구로 급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내년과 내후년에 예정된 입주 물량이 아예 없어 미분양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공도읍 ‘쌍용스윗닷홈’ 전용 84㎡는 이달 초 2억4000만원에 손바뀜하며 3년 전 고점을 회복했다.

공급 감소에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자 투자 수요도 진입하는 중이다. 평택과 마주보는 ‘주은청설’은 올 들어서만 51건이 무더기로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용 49㎡는 7000만~8000만원대 전세를 낄 경우 현금 1000만원으로 살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인근 평택 신축 단지가 오르면서 안성에도 분양권 전매를 겨냥한 투자세가 유입됐다”며 “풍선효과가 외곽으로 번졌던 2006~2007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급절벽’ 위기가 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경기 과천, 인천 청라 분양에 수만 명이 몰려 수도권 투자 수요는 입증된 셈”이라며 “4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이 끝난 뒤 분양이 급감할 것이란 위기 의식이 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50%에서 59%로 뛰었다”며 “아파트 공급이 제한된 상황인 만큼 이달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이후 전세 수요 증가가 시차를 두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산·군포=최다은/전형진/허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