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까지 전국 253개 지역구에 출마할 220여명의 후보자를 확정한 가운데 당의 ‘시스템 공천’을 놓고 당 안팎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쟁력 있는 청와대 출신 인사마저 현역 의원과의 경선에서 잇따라 고배를 드는 등 현역에게 유리한 구도가 공고화됐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이날 경선을 실시한 6차 경선 지역구 4곳을 포함하면 민주당은 224개 지역구에 대한 후보자 선정을 마무리했다. 남은 곳은 20여 곳에 불과하다. 경선과 전략공천, 단수공천 등 공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해찬 대표의 ‘시스템 공천’이 현역을 지키는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출신인 데다가 전직 구청장까지 지낸 사람들마저 현역의 벽을 뚫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청와대 출신 중 현역 의원과 붙어서 승리한 사람은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뿐이고 청와대 출신의 승리가 점쳐졌던 지역구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천 전부터 청와대 출신이 대거 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공천이 ‘현역 지킴이’ 시스템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경선에 탈락한 한 후보자는 “민주당 지도부가 여성·청년에게 기회를 보장한다고 했음에도 현역과 대결은커녕 경선에도 가지 못한 후보자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발표된 경선 결과에서 김 전 민정비서관을 제외하면 현역 의원과 맞붙어 승리한 청와대 출신 인사는 없었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등이 경선에서 이겼지만 모두 원외 인사와의 대결에서였다. 유송화 전 춘추관장,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김빈 전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 등도 현역 의원과의 경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단수공천이 확정된 지역에서도 현역 의원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민주당이 단수 공천을 확정지은 114개 지역구 중 절반이 넘는 60여개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후보자로 지정됐다.

‘공천 배제’(컷오프) 된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이 ‘비문’(非문재인) 내치기 공천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서 컷오프 된 민병두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컷오프 결정과 관련해 “내가 울타리가 없으니까 이런 거 아니냐, 이런 것까지 (당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한 바가 있다”며 자신이 ‘친문’(親문재인) 의원이 아니라서 공천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영등포을의 신경민 의원과 강동갑의 심재권 의원, 경기 안양동안갑의 이석현·권미혁 의원, 전북 익산갑의 이춘석 의원 등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대부분 비문 또는 계파색이 옅은 의원이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