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해 해외 주식 ‘직구족(직접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나홀로 랠리를 이어오던 미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점 대비 20% 가까이 빠지며 약세장 문턱까지 진입했기 때문이다. 주요국 시장과 비교해 낙폭이 가장 크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미국 주식 71억4425만달러(약 8조559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해외 주식 투자금액(90억1551만달러)의 79.2%에 달한다. 이들은 최근 급락장에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약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개별 종목으로 들어가면 손실은 더욱 크다. 올 들어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테슬라(5억6364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3억9142만달러), 애플(3억8012만달러), 아마존(3억2555만달러), 알파벳(2억4823만달러) 등의 순이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 19일 이후 테슬라 주가가 33.73% 급락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19.57%), 애플(-17.75%), 아마존(-17.03%), 알파벳(-20.27%) 등도 줄줄이 빠졌다.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어오던 미국 증시는 코로나19가 대유행 국면으로 가면서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이후 이달 9일까지 나스닥지수가 19.01% 하락한 것을 비롯해 S&P500지수(-18.89%),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18.73%) 등 3대 지수가 모두 20% 가까이 빠졌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15.82%), 한국 코스피지수(-11.56%), 대만 자취안지수(-6.6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8%) 등과 비교해 낙폭이 크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이 투자자의 공포를 키웠다”며 “3대 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률이 19%대를 기록하며 약세장 진입의 기준인 -20%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