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기행] 지리산의 봄처럼 상큼한 맛…산청의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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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에는 지리산 자락에서 난 신선한 제철 음식 재료와 약초들로 맛을 낸 음식점들이 있다.
기교를 부리기보다 재료의 참맛을 살린 정직한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 대장금약선관(구 춘산식당) 산청군청 앞에서 '군청 맛집'으로 명성을 날리던 춘산식당은 수년 전 금서면 매촌리로 이전한 뒤 대장금약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리산의 봄만큼 상큼하고 신선한 맛을 전달하려는 뜻을 가진, 그래서인지 듣기만 해도 순박함이 느껴지는 춘산식당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76년이다.
현재 주인인 최은미 씨는 17년 전 시할머니 이순이 씨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정식 전문인 이 식당은 담백하고 심심한 재료의 맛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요리법은 무치는 것 아니면 굽거나 지지는 것이다.
산채 등이 워낙 신선한 재료다 보니 무치기만 해도 제맛이 난다.
굽는 것 가운데는 흑돼지에 고추장 양념을 듬뿍 바른 뒤 구운 흑돼지 불고기가 핵심 메뉴다.
흑돼지 불고기와 함께 구워지는 재료는 삼채다.
삼채는 본래 미얀마·인도나 중국, 부탄 등지의 히말라야 자락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던 식물로, 그곳에서도 음식 재료나 약초로 쓰였다.
매운맛, 단맛, 쓴맛의 3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삼채(三菜)라고 하기도 하고, 인삼의 어린뿌리 같다고 해서 삼채(蔘菜)라고도 불린다.
특히 면역력을 기르는 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한 흑돼지와 함께 씹히는 알싸한 삼채의 맛이 묘하게 어울렸다.
생 깻잎에 싸 먹었더니 맛이 확 살아났다.
함께 내온 메뉴는 생선구이, 된장찌개, 신선한 야채전으로, 모두 특유의 신선한 식재료가 조화로운 맛을 냈다.
이날은 된장찌개가 나왔지만, 철이 바뀌면 음식 재료도 바뀌어 다른 국이나 찌개가 제공된다고 한다.
봄철에는 쑥국, 겨울에는 김국이 나오는 식이다.
반찬으로는 신선한 취나물과 머위 무침, 톳나물 등이 올라왔다.
묵은지 갈비찜이 특미라 해서 따로 한 냄비를 시켰는데 흑돼지 갈비의 고소함과 묵은지 김치의 깊은 맛이 잘 어울렸다.
물을 마셨는데 맛이 특이해서 물어봤더니 약초 달인 물이라 한다.
40년 전통이 살아있는 집은 물 하나만 해도 색다르다.
◇ '십전대보' 오리 백숙…송림산장
산청군 산청읍 차탄리에는 한방을 재료로 한 '십전대보'(十全大補) 오리백숙 맛집 송림산장이 있다.
주인 서혜자 씨는 2010년께 산청으로 장아찌 관련 강의를 왔다가 이 오리요릿집과 인연을 맺었다.
1996년 문을 연 지인의 오리백숙 식당을 인수한 것이다.
대학원에서 약선요리를 전공한 서씨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오리고기를 한방요리와 접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십전대보 오리백숙을 만들어냈다.
십전대보라는 말은 모든 것(十)을 온전하고(全) 지극하게(大) 보양(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흔히들 약재 10가지가 들어간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한의학에서 열십(十)자는 온전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을 뿐, 들어가는 재료는 10가지가 넘는다.
오리에 황기와 당귀, 천궁, 오가피, 엄나무 등 다양한 약재를 넣은 뒤 호두, 잣, 호박, 대추 등을 안에 채워 넣고 고아낸다.
흰쌀은 넣지 않고 율무, 현미, 흑미, 검은깨 등을 넣어 끓인다.
얼핏 보기에도 국물 빛이 검다.
걸쭉한 국물은 한약재 맛이 탁하게 느껴질 듯하지만 의외로 냄새가 거의 없고 부드럽다.
다리를 하나 뜯어보니 살도 검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 먹고 나면 함께 끓인 잡곡 죽을 내준다.
서씨는 이 검은색 잡곡 죽이 특히 당뇨 환자들에게 효능이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흰쌀은 당을 높이지만 흑미와 다른 잡곡들은 그렇지 않다.
이 집에서 빠뜨리지 않고 맛봐야 할 것은 장아찌다.
장아찌는 각종 약초와 야채를 혼합해 묵혀 만든 것으로, 깔끔한 풍미를 자랑한다.
인근 농장에서 계약재배한 식자재들을 최소 3년 이상 최대 5년가량 담가 풍미를 높인다.
계약 재배로 관리하기에 재료의 질이 들쭉날쭉하지 않다.
그만큼 풍성한 맛이 인상적이다.
주재료는 돼지감자와 고추, 석잠풀, 당귀 등 다양하다.
식당을 나서자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천왕봉이 멀리 보인다.
이곳에서는 천왕봉 포함 7개 봉우리를 볼 수 있다.
가게 앞 유리창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상남도에서 발행하는 '음식점 위생등급 좋은 업소' 스티커가 붙어있다.
산청군 내에서 이 스티커를 받은 식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 메뉴
▲ 대장금약선관 - 식당 이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메뉴 이름은 춘산이라는 옛 이름을 쓴다.
3명이 기본이어서 3명 기준으로 춘산정식(흑돼지 불고기 정식)이 있다.
이 경우 흑돼지 불고기가 나오지만 삼채가 포함되지 않는다.
1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
춘산특정식은 삼채가 포함된 흑돼지불고기가 기본이다.
묵은지 갈비찜은 미리 전화로 주문해야 한다.
▲ 송림산장 - 메뉴는 4인 기준으로 십전대보 한방백숙, 십전대보 한방탕, 옻나무가 들어간 한방 옻탕 등이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기교를 부리기보다 재료의 참맛을 살린 정직한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 대장금약선관(구 춘산식당) 산청군청 앞에서 '군청 맛집'으로 명성을 날리던 춘산식당은 수년 전 금서면 매촌리로 이전한 뒤 대장금약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리산의 봄만큼 상큼하고 신선한 맛을 전달하려는 뜻을 가진, 그래서인지 듣기만 해도 순박함이 느껴지는 춘산식당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76년이다.
현재 주인인 최은미 씨는 17년 전 시할머니 이순이 씨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정식 전문인 이 식당은 담백하고 심심한 재료의 맛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요리법은 무치는 것 아니면 굽거나 지지는 것이다.
산채 등이 워낙 신선한 재료다 보니 무치기만 해도 제맛이 난다.
굽는 것 가운데는 흑돼지에 고추장 양념을 듬뿍 바른 뒤 구운 흑돼지 불고기가 핵심 메뉴다.
흑돼지 불고기와 함께 구워지는 재료는 삼채다.
삼채는 본래 미얀마·인도나 중국, 부탄 등지의 히말라야 자락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던 식물로, 그곳에서도 음식 재료나 약초로 쓰였다.
매운맛, 단맛, 쓴맛의 3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삼채(三菜)라고 하기도 하고, 인삼의 어린뿌리 같다고 해서 삼채(蔘菜)라고도 불린다.
특히 면역력을 기르는 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한 흑돼지와 함께 씹히는 알싸한 삼채의 맛이 묘하게 어울렸다.
생 깻잎에 싸 먹었더니 맛이 확 살아났다.
함께 내온 메뉴는 생선구이, 된장찌개, 신선한 야채전으로, 모두 특유의 신선한 식재료가 조화로운 맛을 냈다.
이날은 된장찌개가 나왔지만, 철이 바뀌면 음식 재료도 바뀌어 다른 국이나 찌개가 제공된다고 한다.
봄철에는 쑥국, 겨울에는 김국이 나오는 식이다.
반찬으로는 신선한 취나물과 머위 무침, 톳나물 등이 올라왔다.
묵은지 갈비찜이 특미라 해서 따로 한 냄비를 시켰는데 흑돼지 갈비의 고소함과 묵은지 김치의 깊은 맛이 잘 어울렸다.
물을 마셨는데 맛이 특이해서 물어봤더니 약초 달인 물이라 한다.
40년 전통이 살아있는 집은 물 하나만 해도 색다르다.
◇ '십전대보' 오리 백숙…송림산장
산청군 산청읍 차탄리에는 한방을 재료로 한 '십전대보'(十全大補) 오리백숙 맛집 송림산장이 있다.
주인 서혜자 씨는 2010년께 산청으로 장아찌 관련 강의를 왔다가 이 오리요릿집과 인연을 맺었다.
1996년 문을 연 지인의 오리백숙 식당을 인수한 것이다.
대학원에서 약선요리를 전공한 서씨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오리고기를 한방요리와 접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십전대보 오리백숙을 만들어냈다.
십전대보라는 말은 모든 것(十)을 온전하고(全) 지극하게(大) 보양(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흔히들 약재 10가지가 들어간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한의학에서 열십(十)자는 온전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을 뿐, 들어가는 재료는 10가지가 넘는다.
오리에 황기와 당귀, 천궁, 오가피, 엄나무 등 다양한 약재를 넣은 뒤 호두, 잣, 호박, 대추 등을 안에 채워 넣고 고아낸다.
흰쌀은 넣지 않고 율무, 현미, 흑미, 검은깨 등을 넣어 끓인다.
얼핏 보기에도 국물 빛이 검다.
걸쭉한 국물은 한약재 맛이 탁하게 느껴질 듯하지만 의외로 냄새가 거의 없고 부드럽다.
다리를 하나 뜯어보니 살도 검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 먹고 나면 함께 끓인 잡곡 죽을 내준다.
서씨는 이 검은색 잡곡 죽이 특히 당뇨 환자들에게 효능이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흰쌀은 당을 높이지만 흑미와 다른 잡곡들은 그렇지 않다.
이 집에서 빠뜨리지 않고 맛봐야 할 것은 장아찌다.
장아찌는 각종 약초와 야채를 혼합해 묵혀 만든 것으로, 깔끔한 풍미를 자랑한다.
인근 농장에서 계약재배한 식자재들을 최소 3년 이상 최대 5년가량 담가 풍미를 높인다.
계약 재배로 관리하기에 재료의 질이 들쭉날쭉하지 않다.
그만큼 풍성한 맛이 인상적이다.
주재료는 돼지감자와 고추, 석잠풀, 당귀 등 다양하다.
식당을 나서자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천왕봉이 멀리 보인다.
이곳에서는 천왕봉 포함 7개 봉우리를 볼 수 있다.
가게 앞 유리창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상남도에서 발행하는 '음식점 위생등급 좋은 업소' 스티커가 붙어있다.
산청군 내에서 이 스티커를 받은 식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 메뉴
▲ 대장금약선관 - 식당 이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메뉴 이름은 춘산이라는 옛 이름을 쓴다.
3명이 기본이어서 3명 기준으로 춘산정식(흑돼지 불고기 정식)이 있다.
이 경우 흑돼지 불고기가 나오지만 삼채가 포함되지 않는다.
1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
춘산특정식은 삼채가 포함된 흑돼지불고기가 기본이다.
묵은지 갈비찜은 미리 전화로 주문해야 한다.
▲ 송림산장 - 메뉴는 4인 기준으로 십전대보 한방백숙, 십전대보 한방탕, 옻나무가 들어간 한방 옻탕 등이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