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부터 장기투자자다" [정현영의 투心고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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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안정적이다. 하지만 단기투자를 해오다 시세 폭락으로 팔지 못한 건 장기투자자가 아니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단기 수익을 노려온 시장참여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손절매(손해를 감수한 매도) 하지 못하고 주가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서다.
'유럽의 워런버핏'으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의 투자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80년간 투자경험을 토대로 이 같은 '심리적 불안정'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20년대 후반, 18세였던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생애 첫 주식 매매를 한 뒤 2000년까지 유럽 증시에서 활약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달간 약 14% 빠졌다. 2월 중순께 2250선까지 올랐던 지수는 1940선 아래로 내려왔다.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였던 9일엔 2000선을 내준 뒤 4% 넘게 밀렸다. 외국인은 이날 이 시장(코스피)에서만 1조3125억원어치 보유주식을 내다팔았다. 1999년 이후 가장 컸던 하루 순매도 금액이다.
중소형주 중심인 코스닥시장의 경우 낙폭은 더 깊다. 2월 중순께 700선에 바짝 다가섰던 코스닥지수는 600선 붕괴 위협을 받고 있다.
원자재 관련 파생상품에 단기적으로 접근했던 투자자들은 더욱 난감해졌다. 원자재 파생상품 시장이 문을 닫았던 주말 동안 '석유 전쟁'이 터진 탓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감산에 합의하지 못했고, 국제유가는 끝내 폭락했다.
이번주 시장이 열리자마자 원유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증권) 등이 줄줄이 곤두박질쳤다. KODEX WTI원유선물(H)이 이날 29.97% 급락한 1만1015원에 거래를 마쳤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도 29.98% 빠진 2230원을 기록했다. 이들 상품은 WTI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유선물지수의 원화환산전 수익률을 추종한다.
해외 기업에 직접(주식) 또는 간접(펀드) 투자한 경우도 사정은 심각하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증시까지 무더기 폭락 장세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는데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79% 내린 23,851.0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각각 7.60%와 7.29% 미끄러졌다.
미국 증시에선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997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도쿄증시(니케이평균주가)는 장중 1만9000선이 붕괴됐는데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전날에도 2만선 아래에서 거래를 끝냈는데 2만선 붕괴 역시 2019년 1월4일 이후 1년2개월여 만에 일이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주가에 콱 물린' 투자자라면 어떻게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손절매 이후 주가 상승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관망으로 주가 회복을 기다려야 할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오히려 주식비중을 늘려야 할까.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투자심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90%가 크고 작은 게임가인데 이들의 성공은 대게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라며 "대중의 일치에 반해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이유인데 반대로 훌륭한 투자자는 자신의 논리에 확신이 있으면 대중의 지배적인 생각과 반해 행동한다"라고 저서를 통해 강조했다.
이어 "그저 빨리 대박을 터뜨리고 싶어서 단기적으로 사거나 팔고 싶어하는 게임가들은 통상 깊이 사고하지 않고 외부 사건들을 심사숙고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게임가들이 증권시장에 많이 관여하면 할수록 증시 분위기는 더욱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비관주의와 낙관주의 세계관은 주식시장에서도 상존한다. 낙관적인 투자자는 강세장을 상징하는 '황소'를 좋아하고 비관주의자는 약세장인 '곰'을 좋아할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사건이 주가에 변수로 작용해도 다른 의견을 낸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하락장 투자자는 모든 뉴스를 비관적으로 평하고, 똑같은 뉴스에 대해 상승장 투자자는 낙관적인 해석을 내놓는다"고 했다.
대중의 지배적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마이너스 공포'에 휘둘릴 이유도 없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