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도쿄 올림픽 사수에 애 타는 아베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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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폭발적인 감염 확대는 진행되지 않고, 어느 정도 버티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문가 회의의 공식 의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올 7월 도쿄 올림픽의 정상 개최가 의심받고 있는 일본에선 어떻게든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일본이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해외에 전달하려고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이 직접 나서 주요국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감염상황에 대한 설명회도 열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미국, 유럽, 이란 등 코로나19가 번진 주요국과는 뚜렷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감염자수 증가 그래프를 놓고 일본은 자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증거라며 강변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일본이 소극적으로 감염자 파악에 나선 것 아니냐며 의심스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본 내 일반인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스크와 화장지 등 생필품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일본인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1~2주가 중요한 시기”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며 ‘중요한 시기가 과연 언제까지냐’는 비판에 직면했던 일본 정부는 당초 10일까지로 예정됐던 ‘주요 이벤트 자숙 기간’을 19일까지로 10일간 더 연장키로 했습니다.
외무성이 자국 주재 주요국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일본의 감염상황에 대한 설명회를 연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입국 금지나 입국 후 격리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빠르게 늘면서 일본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이 증폭된 것입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와 관련한 미숙한 대처로 감염자 수를 급증 시켰던 점도 일본의 이미지에 마이너스 작용을 했습니다.
해외 언론들로부터 일본의 코로나19와 관련한 미온적인 대응을 우려하는 보도가 늘자 외무성 부대신(차관)으로부터 “정확한 증거에 기반을 둔 홍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다는 후문입니다. 여기에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가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인식이 일본 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점도 일본 정부의 조바심을 부추겼습니다.
주요국 대사관 관계자 대상 설명회에서 일본 후생노동성과 외무성 관계자들은 “아직 폭발적인 감염확대는 진행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진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감염자를 제외하면 10일 현재 1만명당 감염자수는 일본이 0.04명으로 이탈리아(1.52명), 한국(1.45명), 이란은(0.92명) 등에 비해 크게 적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지난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의 감염자수는)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해외 언론들은 일본 사회의 실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왜 일본만 감염자 수가 늘지 않는가” “숨은 감염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한 일본의 1일 검사건수에 대한 야당과 일본 언론의 비판도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초·중·고 휴교나 대규모 이벤트 자숙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국민들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위험 국가라는 인식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대(對)국제기구 활동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콘스탄스 테드로스 세계보건기구(WHO)사무국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이탈리아, 이란, 일본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일본을 동렬로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테드로스 사무국장은 이후 “중국 이외 코로나19 환자 증가의 80%는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에서 나왔다”고 표현을 바꿨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에 “일본은 코로나19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도쿄 올림픽 개최가 의심스럽다”는 기고문이 게재되자 일본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반론 기고가 투고돼 인터넷 판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향후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전염병 대처에 대한 평가가 미국에 달려있다고 보고 미국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WHO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동향을 더 주목하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이탈리아와 한국, 일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미국의 향후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의 입국이 제한되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불가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더딘 감염자수 증가 현상이 일본 정부의 주장처럼 확실한 전염병 통제를 하고 있는 증거인지, 아니면 허술한 전염병 대처로 제대로 된 통계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문가 회의의 공식 의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올 7월 도쿄 올림픽의 정상 개최가 의심받고 있는 일본에선 어떻게든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일본이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해외에 전달하려고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이 직접 나서 주요국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감염상황에 대한 설명회도 열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미국, 유럽, 이란 등 코로나19가 번진 주요국과는 뚜렷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감염자수 증가 그래프를 놓고 일본은 자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증거라며 강변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일본이 소극적으로 감염자 파악에 나선 것 아니냐며 의심스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본 내 일반인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스크와 화장지 등 생필품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일본인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1~2주가 중요한 시기”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며 ‘중요한 시기가 과연 언제까지냐’는 비판에 직면했던 일본 정부는 당초 10일까지로 예정됐던 ‘주요 이벤트 자숙 기간’을 19일까지로 10일간 더 연장키로 했습니다.
외무성이 자국 주재 주요국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일본의 감염상황에 대한 설명회를 연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입국 금지나 입국 후 격리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빠르게 늘면서 일본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이 증폭된 것입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와 관련한 미숙한 대처로 감염자 수를 급증 시켰던 점도 일본의 이미지에 마이너스 작용을 했습니다.
해외 언론들로부터 일본의 코로나19와 관련한 미온적인 대응을 우려하는 보도가 늘자 외무성 부대신(차관)으로부터 “정확한 증거에 기반을 둔 홍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다는 후문입니다. 여기에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가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인식이 일본 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점도 일본 정부의 조바심을 부추겼습니다.
주요국 대사관 관계자 대상 설명회에서 일본 후생노동성과 외무성 관계자들은 “아직 폭발적인 감염확대는 진행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진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감염자를 제외하면 10일 현재 1만명당 감염자수는 일본이 0.04명으로 이탈리아(1.52명), 한국(1.45명), 이란은(0.92명) 등에 비해 크게 적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지난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의 감염자수는)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해외 언론들은 일본 사회의 실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왜 일본만 감염자 수가 늘지 않는가” “숨은 감염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한 일본의 1일 검사건수에 대한 야당과 일본 언론의 비판도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초·중·고 휴교나 대규모 이벤트 자숙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국민들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위험 국가라는 인식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대(對)국제기구 활동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콘스탄스 테드로스 세계보건기구(WHO)사무국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이탈리아, 이란, 일본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일본을 동렬로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테드로스 사무국장은 이후 “중국 이외 코로나19 환자 증가의 80%는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에서 나왔다”고 표현을 바꿨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에 “일본은 코로나19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도쿄 올림픽 개최가 의심스럽다”는 기고문이 게재되자 일본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반론 기고가 투고돼 인터넷 판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향후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전염병 대처에 대한 평가가 미국에 달려있다고 보고 미국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WHO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동향을 더 주목하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이탈리아와 한국, 일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미국의 향후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의 입국이 제한되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불가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더딘 감염자수 증가 현상이 일본 정부의 주장처럼 확실한 전염병 통제를 하고 있는 증거인지, 아니면 허술한 전염병 대처로 제대로 된 통계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