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 허튼 데 뿌릴 때 아니다…자영업자·中企 핀셋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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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진화 이끈 '소방수'
윤증현 前 장관·신제윤 前 금융위원장에게 듣는다
윤증현 前 장관·신제윤 前 금융위원장에게 듣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30~40%가 사라질 것이다.”(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파괴적인 경제 충격이 올 수 있다.”(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경제 위기가 훨씬 큰 충격으로 닥칠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위기 전조는 이미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증시는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가 12일 전염병 최고 경보단계인 ‘팬데믹(대유행)’을 공식 선포하자 미국은 즉각 유럽발 여행객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1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전선에서 수습을 진두지휘했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두 전직 경제수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이 동시에 무너지는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윤 전 장관), “9·11 테러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합친 정도의 충격이 올 것”(신 전 위원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과 신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 때 각각 기재부 장관과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으로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정부 위기 대응책의 문제도 지적했다. 신 전 위원장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아동수당 수급자 236만 명에게 약 1조원어치의 현금 쿠폰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전 장관은 “금융위기 때는 국제 공조를 통해 답을 찾았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며 “세계 각국의 입국 금지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위기경보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 전 장관=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융시장의 피해가 컸지만 산업생산·투자·소비 등 실물경제가 버텨줬습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위기를 잘 극복했던 비결입니다. 최근 사정은 다릅니다. 작년부터 실물경제가 무너지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습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추락이 가속화하고 금융시장 변동성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실물·금융위기가 합쳐진 복합위기가 가장 우려스러운 건데 이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신 전 위원장=전에 보지 못한 특이한 유형의 위기입니다.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2001년 9·11 테러와 비슷한 비경제적 충격인데, 그 불확실성이 너무 커 금융시장 버블(거품)까지 터뜨리는 경로로 가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9·11 테러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합친 정도의 충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부는 대외건전성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 만큼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 전 위원장=대외건전성이 개선되긴 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져 미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세계 시중자금이 모두 안전자산으로 쏠릴 겁니다. 국채금리는 0% 수준으로 떨어지고요. 이 정도가 되면 우리도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습니다. 또 예전 위기 때는 실물경제가 버텨줬는데 지금은 내수와 수출이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자영업자와 영세업체 부실이 커지면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조만간 상호저축은행 등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할 겁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 있을까요.
◇윤 전 장관=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소비·투자 등 경제활동이 힘들어 정책 수단에 제약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국제적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기둥이 수출인데 한국이 세계 각국에서 입국 금지를 당해 기업인의 어려움이 크지 않습니까. 정부가 외교 역량을 발휘해 기업 피해를 줄여줘야 합니다.
◇신 전 위원장=이런 때일수록 금융시장 자금 흐름이 중요합니다. 외화 자금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시장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적시에 조치를 취해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까.
◇신 전 위원장=좀 더 과감한 재정정책이 필요합니다. 실물경제 붕괴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은 서비스업과 자영업자입니다. 관광·여행·숙박·음식점업 등 매출 하락과 경영난이 심각합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현재 융자 지원이나 세금 환급 정도에 그칩니다. 현금 지원을 포함해 더 효과 있는 내수 대책이 시급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영업자에게 1인당 최대 24만원의 유가환급금을 지원했는데 내수 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윤 전 장관=아동수당 수급자에 대한 쿠폰 지급 등 선심성 복지로 예산을 낭비하는 게 문제입니다. 예산을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지원해야죠. 경제는 시장경제 원리대로 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번번이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는 경제 원리로 푼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 피해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신 전 위원장=그렇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보호무역주의가 더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그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지만요. 그러면 우리도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지향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합니다. 내수를 키우는 건 결국 서비스업인데 갖은 규제들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지 않습니까. 의료 산업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정보기술(IT)을 갖추고도 규제 탓에 세계 흐름에 뒤처지고 있고요.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경제 위기가 훨씬 큰 충격으로 닥칠 것이란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위기 전조는 이미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증시는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가 12일 전염병 최고 경보단계인 ‘팬데믹(대유행)’을 공식 선포하자 미국은 즉각 유럽발 여행객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1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전선에서 수습을 진두지휘했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두 전직 경제수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이 동시에 무너지는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윤 전 장관), “9·11 테러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합친 정도의 충격이 올 것”(신 전 위원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과 신 전 위원장은 금융위기 때 각각 기재부 장관과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으로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정부 위기 대응책의 문제도 지적했다. 신 전 위원장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아동수당 수급자 236만 명에게 약 1조원어치의 현금 쿠폰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전 장관은 “금융위기 때는 국제 공조를 통해 답을 찾았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며 “세계 각국의 입국 금지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위기경보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 전 장관=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융시장의 피해가 컸지만 산업생산·투자·소비 등 실물경제가 버텨줬습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위기를 잘 극복했던 비결입니다. 최근 사정은 다릅니다. 작년부터 실물경제가 무너지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습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추락이 가속화하고 금융시장 변동성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실물·금융위기가 합쳐진 복합위기가 가장 우려스러운 건데 이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신 전 위원장=전에 보지 못한 특이한 유형의 위기입니다.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2001년 9·11 테러와 비슷한 비경제적 충격인데, 그 불확실성이 너무 커 금융시장 버블(거품)까지 터뜨리는 경로로 가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9·11 테러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합친 정도의 충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부는 대외건전성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 만큼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 전 위원장=대외건전성이 개선되긴 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져 미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세계 시중자금이 모두 안전자산으로 쏠릴 겁니다. 국채금리는 0% 수준으로 떨어지고요. 이 정도가 되면 우리도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습니다. 또 예전 위기 때는 실물경제가 버텨줬는데 지금은 내수와 수출이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자영업자와 영세업체 부실이 커지면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조만간 상호저축은행 등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할 겁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 있을까요.
◇윤 전 장관=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소비·투자 등 경제활동이 힘들어 정책 수단에 제약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국제적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기둥이 수출인데 한국이 세계 각국에서 입국 금지를 당해 기업인의 어려움이 크지 않습니까. 정부가 외교 역량을 발휘해 기업 피해를 줄여줘야 합니다.
◇신 전 위원장=이런 때일수록 금융시장 자금 흐름이 중요합니다. 외화 자금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시장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적시에 조치를 취해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까.
◇신 전 위원장=좀 더 과감한 재정정책이 필요합니다. 실물경제 붕괴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은 서비스업과 자영업자입니다. 관광·여행·숙박·음식점업 등 매출 하락과 경영난이 심각합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현재 융자 지원이나 세금 환급 정도에 그칩니다. 현금 지원을 포함해 더 효과 있는 내수 대책이 시급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영업자에게 1인당 최대 24만원의 유가환급금을 지원했는데 내수 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윤 전 장관=아동수당 수급자에 대한 쿠폰 지급 등 선심성 복지로 예산을 낭비하는 게 문제입니다. 예산을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지원해야죠. 경제는 시장경제 원리대로 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번번이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는 경제 원리로 푼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 피해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신 전 위원장=그렇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보호무역주의가 더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그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지만요. 그러면 우리도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지향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합니다. 내수를 키우는 건 결국 서비스업인데 갖은 규제들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지 않습니까. 의료 산업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정보기술(IT)을 갖추고도 규제 탓에 세계 흐름에 뒤처지고 있고요.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