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이 급등세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작년 말 22bp(bp는 이자율의 최소단위로 1bp는 0.01%)에서 지난 10일 현재 50bp로 치솟은 것이다. 부도 발생시 채권손실을 보상해 주는 파생상품인 CDS의 프리미엄이 올라갔다는 것은 신용도 하락과 부도위험 상승을 뜻한다.

우리 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이 50bp 선으로 올라선 것은 201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대유행)으로 치닫는 와중에 산유국 간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서 에너지 위기가 커진 게 프리미엄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직 프리미엄의 절대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9~10일 이틀 동안 13bp나 치솟는 등 가파른 상승 속도에 경각심을 높여야 할 시점이다.

세계 각국의 부도위험이 동반상승 중이라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40~50bp 선에서 최근 80bp 수준으로 치솟았다. 10bp대이던 일본도 30bp대로 높아졌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는 이런 동반급등세는 국제금융시장에 드리운 불안감의 방증일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경제에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한국으로서는 언제든 ‘셀 코리아’ 움직임이 나올 수 있음에도 대비해야 한다.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 경제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의 추락이 특히 걱정스럽다. 외환보유액이 4092억달러(2월 말)로 든든하다지만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유가와 주가가 추락해 금융시장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미국 및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복원 등 과감한 선제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마침 코로나 대응차원에서 한국 대만 홍콩 호주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미국에서 먼저 대두됐다. 서둘러 한·미 간 협의에 나서고, 소녀상 설치 문제로 3년가량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도 즉시 재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