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강' 무사히 건넜다" 자평…"나눠먹기·계파·밀실 없었다"
"비우기 성공, 채우기 부족"…'사천' 논란에 "난 일주일 뒤 시민으로 돌아갈 사람"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11일 당내 불출마·공천배제(컷오프) 인사들을 향해 "미안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면서도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고 호소했다.

김형오 "미안한 마음 가눌 길 없어…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종합)
김형오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불출마를 결단한 의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 묵묵히 할 도리를 다했겠지만, 불가피하게 교체된 의원들에 대해서도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권성동 의원 등 컷오프를 당한 인사들이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고, 동료 의원들도 '재고'를 요청하는 데 대한 반응이다.

김 위원장은 "억울하다고 통곡하시는, 한 가닥 희망을 끊지 않고 재심을 청구하시는, 나보다도 못한 인물이 공천받았다고 분노하시는, 당을 지키면서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운 대가가 고작 이거냐고 속상해하시는 분들, 공관위가 이분들 심정 다 헤아리지 못한 점 널리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거듭 미안하고 송구하다"며 "모든 역사적 책임과 과오는 저 김형오가 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고 다소 부족하더라도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위해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결과에 대한 '승복'을 촉구했다.

김형오 "미안한 마음 가눌 길 없어…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종합)
김 위원장은 "이번 공관위의 시대적 소명은 '시대의 강을 건너는 것'과 '대한민국 살리기', 이 두 가지에 있었다.

전자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혁신을, 후자는 인적 쇄신과 문 정권 심판을 의미한다"며 "거의 (현역의) 절반이 되는 분들이 희생한 덕분에 시대의 강은 무사히 건넌 것 같다.

그러나 대한민국 살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의 강'을 건넜다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뒤로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지목했던 '탄핵 5적', 비박(비박근혜)계가 지목했던 '친박 10적' 등에 해당하는 인사들은 모두 탈당했거나 불출마·컷오프됐다.

김 위원장은 "공천의 핵심은 사람이다.

인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는 게 아니다.

우리가 키워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사람을 기르지 못한 대가를 지금 혹독히 치르고 있다"며 이번 공천에의 '구인난'을 토로했다.

그는 "인물의 빈곤이라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방책을 썼다.

하나는 인물의 전략적 배치, 다른 하나는 미래를 위한 묘목 심기였다"고 설명했다.

당 대표급 인사와 중진 의원들의 '험지' 배치, 그리고 과감한 신인 등용을 의미한다.

김형오 "미안한 마음 가눌 길 없어…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종합)
김 위원장은 "나눠 먹기 없고, 계파 없고, 밀실 없는, 공정하고 청정한 공천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며 "혼란과 잡음, 살생부나 지라시 공천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공천이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채우는 데는 미흡했다"며 "통합 정신을 담고, 외연을 넓히고,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당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었다.

안철수 씨 당이 지역구를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후보 단일화, 단일대오 공천을 주도했다.

그런데도 분명 현실적 한계가 있었고 그걸 넘어서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공천 결과를 일부 재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선대위에서 공천 문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김종인 씨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그릇이 크고, 큰 것을 봐 나가는 사람으로 안다.

선이 굵다"고 말했다.

자신과의 친분 또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사천(私薦)'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사천은 그 전제가 '보스정치'다.

보스가 있을 때 사천이 된다"며 "나는 일주일 지나면 시민으로 돌아갈 사람이다.

만나기도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공관위원들인) 이석연 변호사나, 깐깐한 이인실 위원이나, 최대석·조희진 검사장 같은 분이 내가 사천을 한다면 받아들였겠나.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