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씨의 비판서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춘래불사춘이다.

대자연의 봄은 왔건만 인간세상의 봄은 멀기만 하다.

특히 썰렁해진 한일 관계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일본이 한국인 입국금지 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잔뜩 얼어붙고 있다.

양국 관계는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계기로 급박하게 전개됐다.

지난해엔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폐기 등이 이어지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다 문제작 '반일 종족주의'가 발간돼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불난 데 부채질한 격이랄까.

'반일 종족주의'는 이승만학당, 낙성대경제연구소 등에 소속된 학자 6명이 지난해 7월 펴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한일간의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이들은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반도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적극 옹호한다.

반일감정에 대해선 '반일 민족주의'도 아닌 '반일 종족주의'로 폄하하며 원시적이고 저급한 감정으로 몰아붙인다.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을 왜곡하는 '반일 종족주의'"
비판과 반박 움직임 역시 거세게 일었다.

이번에 출간된 김종성 씨 신간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도 그중 하나다.

저자는 이 비판서에서 우리가 경계하고 되살펴봐야 할 23가지 문제를 지적하며 하나씩 심층 진단해나간다.

김씨는 "위안부, 강제징용, 독도 영유권, 토지 및 식량 수탈 등 일제의 강제 정책에 따라 우리 민족이 피해를 본 사실이 각종 기록으로 남아 있음에도 '반일 종족주의'는 대부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며 궤변을 주장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김씨는 그 한 예로 대표저자인 경제학자 이영훈 씨의 위안부 주장을 든다.

이씨는 1940년 위안부로 강제연행돼 중국과 미얀마에서 성노예 생활을 한 뒤 귀국한 고(故) 문옥주 할머니가 가난 때문에 자진해 위안부가 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강제로 일본군 헌병대에 끌려갔으며 돈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이씨는 "조선시대에는 독도에 관한 인식이 없었다"고 단언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 김씨는 그 근거로 세종실록 지리지에 나오는 "우산(宇山)과 무릉(武陵) 두 섬은 (울진)현에서 정동쪽으로 바다 가운데 있다"는 대목을 들었다.

여기에 엄연히 두 섬으로 적혀 있음에도 이씨는 우산과 무릉은 하나의 섬이며, 무릉은 환상의 섬이었다고 주장한다는 것.
김씨는 '반일 종족주의' 출간이 단순히 한국 뉴라이트의 일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동아시아 역사의 진보를 저지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극우세력의 움직임과 동일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대응은 한국 뉴라이트뿐 아니라 제국주의적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동아시아 보수 세력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반일 종족주의자들이 일본을 옹호하는 속내를 살펴보면, 단지 학문적 소신 때문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한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이씨가 일본의 자금을 받고 일제강점기를 연구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1989년과 1992년 도요타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에서 이씨는 스승 안병직과 함께 한국의 경제 기적과 정치 발전의 근원을 일제강점기의 경험에서 찾고자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반일 종족주의' 주장에 대해 저자가 고대 한국의 전쟁을 비유하며 책의 초반부에서 언급한 경계의 내용이다.

"성 밖의 적군은 무섭지 않았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적군과 내응하는 성 안의 아군이었다.

성 안의 불만 세력이 적군의 지원금이나 관직 약속을 받고 반란을 일으켜 성문을 열어줄 경우, 모든 게 한순간 무너져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촛불혁명으로 헤게모니를 상실한 뉴라이트도 지금 그런 꿈을 꾸고 있다.

"
위즈덤하우스. 220쪽. 1만5천원.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을 왜곡하는 '반일 종족주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