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서 15조어치 샀는데…개미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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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2개 종목 빼고 모두 떨어져
"코로나 사태 전세계 확산 추세
주가 단기 안정 기대 어려워"
2개 종목 빼고 모두 떨어져
"코로나 사태 전세계 확산 추세
주가 단기 안정 기대 어려워"
폭락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과거 위기 상황에서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했다는 경험을 떠올리면서 과감하게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칫 개인들의 손실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는 신용거래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확진자 등장 이후 15조원어치 순매수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날 4% 가까이 폭락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53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5조49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3월 중순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기록한 역대 월간 최대 순매수 금액(4조8974억원)을 벌써 넘어섰다.
개인들의 공격적인 매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15조6011억원(유가증권시장 13조439억원, 코스닥시장 2조5572억원)에 이른다.
개인들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삼성전자를 적극 매수했다. 지난 1월 20일 이후 삼성전자(5조32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1조1770억원)가 전체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의 절반에 달했다. 그 밖에 SK하이닉스(5918억원) 한국전력(3728억원) 신한지주(2994억원) 등 낙폭이 큰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담았다. 코스피지수 반등 시 두 배의 수익률을 남기는 코덱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1조6762억원어치 담았다.
현재 투자 성적표는 좋지 않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SDI(3.89% 상승)와 씨젠(81.96% 상승)을 제외하고는 전 종목이 하락세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재료로 이상 급등한 씨젠을 제외하면 9개 상위 종목은 평균 22.6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8.49%)을 웃도는 저조한 성과다. 빠른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매수한 코덱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커지면서 지난 1월 20일 고점 대비 36.38% 하락했다.
레버리지·신용거래 위태
개인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일시적인 조정 요인으로 보고 증시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재정 위기 때도 주가가 급락했다가 회복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저가 매수 기회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증시로 개인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단계라 단기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지난 1월부터 확진자가 발생한 국내와 다르게 미국과 유럽은 아직 초기 확산 단계”라며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 증시 낙폭은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센터장은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식 자산을 확대하기에는 아직 위험한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신용거래도 불안 요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액은 지난 1월 17일 9조7739억원에서 이달 10일 10조1874억원으로 불었다. 신용거래융자액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신용거래가 조정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용거래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차익실현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이 주식을 반대매매, 즉 강제로 매도해 채권을 회수한다.
개인투자자들이 과거 대북 테마주나 바이오주 열풍 당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과 실적 전망이 뛰어난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어 투자의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은 안정성이 뛰어나고 반등 가능성이 높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개인들의 매매 형태가 과거보다 정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전범진/한경제 기자 forward@hankyung.com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날 4% 가까이 폭락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53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5조49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3월 중순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기록한 역대 월간 최대 순매수 금액(4조8974억원)을 벌써 넘어섰다.
개인들의 공격적인 매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15조6011억원(유가증권시장 13조439억원, 코스닥시장 2조5572억원)에 이른다.
개인들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삼성전자를 적극 매수했다. 지난 1월 20일 이후 삼성전자(5조32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1조1770억원)가 전체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의 절반에 달했다. 그 밖에 SK하이닉스(5918억원) 한국전력(3728억원) 신한지주(2994억원) 등 낙폭이 큰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담았다. 코스피지수 반등 시 두 배의 수익률을 남기는 코덱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1조6762억원어치 담았다.
현재 투자 성적표는 좋지 않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SDI(3.89% 상승)와 씨젠(81.96% 상승)을 제외하고는 전 종목이 하락세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재료로 이상 급등한 씨젠을 제외하면 9개 상위 종목은 평균 22.6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8.49%)을 웃도는 저조한 성과다. 빠른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매수한 코덱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커지면서 지난 1월 20일 고점 대비 36.38% 하락했다.
레버리지·신용거래 위태
개인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일시적인 조정 요인으로 보고 증시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재정 위기 때도 주가가 급락했다가 회복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저가 매수 기회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증시로 개인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단계라 단기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지난 1월부터 확진자가 발생한 국내와 다르게 미국과 유럽은 아직 초기 확산 단계”라며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 증시 낙폭은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센터장은 “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식 자산을 확대하기에는 아직 위험한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신용거래도 불안 요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액은 지난 1월 17일 9조7739억원에서 이달 10일 10조1874억원으로 불었다. 신용거래융자액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신용거래가 조정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용거래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차익실현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이 주식을 반대매매, 즉 강제로 매도해 채권을 회수한다.
개인투자자들이 과거 대북 테마주나 바이오주 열풍 당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과 실적 전망이 뛰어난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어 투자의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은 안정성이 뛰어나고 반등 가능성이 높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개인들의 매매 형태가 과거보다 정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전범진/한경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