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에 들불처럼 번지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發 불황 막아라" 파격 부양책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500억달러(약 52조원) 저리 대출과 7000억달러(약 835조원) 규모의 세금 감면 등의 조치를 의회가 속히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와 함께 근로자 임금 손실 보상과 항공·여행업계 지원 등의 부양책을 검토 중이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도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 비보험자에 대한 검사비와 진료비 지급,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등을 담은 독자적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미 의회는 12일 이 가운데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방안을 논의하고 표결할 예정이다. 막대한 규모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급여세 감면 등을 제외한 상당수 정책이 통과될 것으로 미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미 재무부는 이와 별도로 개인과 중소기업에 오는 4월 15일인 납세 시한을 6개월에서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세금 신고 기한 연장으로 2000억달러(약 240조원) 이상을 경제에 쏟아붓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상존하는 영국은 11일 300억파운드(약 46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50억파운드는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포함한 공공서비스에, 70억파운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지원된다.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경기 부양과 방역을 위해 250억유로(약 34조원)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계획한 예산안을 세 배 키웠다. 250억유로 가운데 120억유로는 의회 승인을 거쳐 곧바로 집행하고 나머지는 사태 악화 시에 대비해 남겨 놓을 예정이다. 호주 정부도 12일 114억달러(약 13조7000억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놨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번 부양책으로 350만 개 기업과 65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육아 세대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한 긴급 경제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임시 휴교, 공장 휴업 등으로 일을 오래 쉬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 부담이 커지는 육아 세대에 1인당 월 1만~1만5000엔을 지급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중앙은행은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캐나다와 영국도 0.5%포인트씩 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 및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예정이다.

강현우 기자/런던=강경민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