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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도우미 세 명과 이들의 정체를 모르는 일반인 한 명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문이 닫히자 다른 세 명은 일제히 엘리베이터 뒤쪽 벽을 향해 돌아섰다. 중간에 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을 때 네 사람은 한 방향을 보고 있었다. 다시 문이 닫히자 실험 도우미들은 이번엔 옆쪽을 향해 섰다. 이를 본 일반인의 얼굴엔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스쳐 지나가지만 곧이어 자신도 방향을 바꿨다. 1962년 방영한 미국의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다음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자를 벗고 쓰는 것까지 실험 도우미들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일반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올 법한 영상이지만 58년이 지난 오늘, 같은 상황이라면 결과는 얼마나 달라질까. 《반대의 놀라운 힘》을 쓴 샬런 네메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심리학 교수는 다수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왜 우리는 다수를 따르게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자신은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여겼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반대편에서 열린다고 생각했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뒤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다수의 행동을 따라 했다는 것이다.

책은 직장인의 70%가 사내에서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도 지적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지적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포기와 더불어 ‘아무 말 하지 않는 다른 다수’의 시선이 두려워서다.

미국 도서 추천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그 목록에 들면 매출이 급증하고 베스트셀러로서의 지위는 더 굳건해진다. 많은 사람이 봤으니 ‘괜찮은 책’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자신의 선택’으로 현재 트렌드에 합류했음에 만족한다.

[책마을] 최고의 해결책은 합의 아닌 'NO'에서 나온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런 식의 ‘합의’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들여다본다. 1978년 모든 승무원이 착륙장치 이상에만 매달려 있다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기와 같은 해 미국의 존스타운에서 벌어진 수백 명의 자살사건도 집단 사고의 늪에 빠져 눈앞의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합의는 우리가 다수의 의견에 동의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사고 방향을 교묘하게 틀어놓는다”며 “합의한 우리는 다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다수의 입장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사고한다”고 지적한다. 합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다수의 의견이 창의적인 사고를 막는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의견은 생각의 영역을 넓히고 방향을 바꿔준다. 저자에 따르면 반대자의 설득은 훨씬 더 간접적이고 긴 시간과 논쟁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반대는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준다. 저자는 “올바른 의사결정 과정이 올바른 선택을 이끈다”며 “본질적으로 좋은 의사결정이란 확산적 사고를 내포한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정황의 모든 측면을 살펴 사실관계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나쁜 의사결정은 그 반대다. 수렴적인 사고로, 한쪽으로만 치우친다. 기존 입장을 지지해줄 정보만 찾고 다른 가능성의 여지는 무시한다. 저자는 합의와 반대 의견이 어떻게 사람들의 사고체계를 자극하는지와 의사결정 과정과 능력, 결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반대의 효과를 인정하고 순기능을 이해한다 해도 ‘실행’은 쉽지 않다. 조직에서 반대 의견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다수와 생각이 다르면 ‘내가 틀렸겠지’라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다. 주저하고 침묵하며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저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도 대가가 따른다”며 “나쁜 것을 넘어 위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다른 사람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에는 ‘용기’와 더불어 ‘신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생각을 자극한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소신껏 발언함으로써 조직 내 의사결정과 판단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리더의 자세도 중요하다. 저자는 “조직을 잘 운영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반대 의견을 그저 ‘용인’하는 게 아니라 ‘환영’할 줄 알아야 한다”며 “반대 의견이 틀렸을 경우라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오늘 회의 시간, 당신은 어땠는가.’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