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제물포지사가 인천 모 요양병원의 전기요금 체납에 따라 환자 이송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강준완 기자
한국전력공사 제물포지사가 인천 모 요양병원의 전기요금 체납에 따라 환자 이송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강준완 기자
치매나 뇌졸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인천의 모 요양병원이 전기공급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병원과 보호자들은 입원 중인 120여 명 고령의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조치를 하고 있다.

보건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한데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환자 이송 과정에서 접촉자가 증가하면 각종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요양병원은 지난달 7일부터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보호자 면회까지 중단했다.

지난 13일 인천시 미추홀구의 S요양병원 3층에 벽면에는 한국전력 제물포지사 명의의 “전기요금 체납으로 단전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입원 환자분들의 안전을 위해 신속한 이송 절차를 완료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국전력공사 제물포지사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해 6월부터 전기요금을 체납해 이달 18일 오전9시부터 단전에 들어간다. 9층에 있는 물리치료실은 지난달 18일부터 전기를 끊었다.

한국전력공사 제물포지사 관계자는 “요금 체납 3개월이 넘으면 전기공급 약관에 따라 단전을 취할 수 있지만 병원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이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결국 평균 80세 이상의 노인환자들은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다. 병원에 어머니가 입원해 있다는 보호자는 “전국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난리인데 하필 이 때 병원을 옮겨야 한다니 불안하다”며 "설마 전기가 끊어지진 않을 것같아 끝까지 입원해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S요양병원 측은 “병원 사정이 어려워 전기요금을 못낸 것은 사실이지만 요금의 일부를 먼저 지불하고 당분간 단전을 연기시켜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역 여론은 두 기관 모두 환자를 볼모로 '밀어붙이기'와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