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ELB)이 무더기 손실 위기에 놓였다.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지수가 폭락해 ‘원금 손실(녹인)’ 구간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국내에서 ELS·ELB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널리 활용돼 왔다. 공모 미상환 잔액이 수십조원에 달해 손실이 현실화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發 '파생상품 쇼크' 오나…증시 폭락에 ELS 무더기 손실 우려
유럽 주가 급락에 ELS 손실 위기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지수는 12일(현지시간) 12.40% 급락한 2545.23으로 장을 마쳤다. 52주 신고가(2월 19일 3865.18)에서 34.15% 하락한 수치다.

국내 발행 ELS·ELB의 녹인 시점은 일반적으로 45~65% 구간에 걸쳐 있다. 녹인 시점이 45~65%라는 건 기초자산이 기준가의 45~65%가 되면, 즉 기준가 대비 35~55% 하락하면 손실 구간에 진입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ELS·ELB는 발행일 당시 기초자산의 수치를 기준가로 삼는다. 이에 따라 신고가를 찍은 날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ELB는 녹인 시점이 65%라면 손실 구간까지 불과 0.85%포인트가 남은 상황이다.

유로스톡스50지수 ELS·ELB의 미상환 잔액은 41조5664억원에 달한다. 공모 물량만 35조9561억원(86.5%)에 달할 정도다. 미상환 ELS·ELB 가운데 녹인 시점이 65% 미만인 물량이 18조7588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60% 미만 3조6378억원, 55% 미만 6668억원, 50% 미만 12조2028억원 등이다.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반드시 손실을 보는 건 아니지만 일단 진입하면 이를 피하기가 까다로워진다.

파생상품시장 자금 유입 급감

다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ELS·ELB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떨어진 건 닛케이225지수다. 이날까지 52주 신고가 대비 27.57% 하락했다. S&P500지수는 지난 12일까지 52주 신고가 대비 26.74%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들 지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스톡스50지수를 제외한 다른 지수는 단기간에 녹인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급매도 등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실 위험이 커지며 파생상품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최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5개 파생상품(ELS, ELB, DLB, DLS, ETN)의 신규 발행량은 지난해 12월 25조729억원에서 올해 1월 10조2056억원, 2월 9조9514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12일까지 3조4748억원이다.

이익 실현 조건을 일찍 충족하는 조기 상환은 급감하고 있다. 통상 ELS는 발행일부터 6개월 경과 시 모든 기초지수가 5%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조기 상환된다. 조기 상환 물량은 1월 10조1272억원에서 2월 7조5305억원, 이달 12일 2조5599억원으로 감소했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나 지수 관련 상품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2차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