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이 금융권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지난 2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56개사에 대한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꾼 데 이어 이번에 우리금융을 추가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놓고 금융당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변경한 시점이 금융당국이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중징계를 최종 통보한 때와 겹쳐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의 연임 안건을 정기 주총에 올리자 국민연금이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파다하다.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변경한 곳들은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여파에 주총 불확실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큰 변수로 등장하게 된 것은 정부가 지난해 기관투자가의 지분 대량 보유 보고 제도(5% 룰)를 완화하면서부터다. 정관 변경, 배당, 회사 임원의 위법 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등 경영참여 행위가 일반투자로 낮춰졌다. 금융당국은 10% 이상 보유한 종목의 6개월 이내 단기매매 차익을 해당 기업에 반환하도록 한 규정(10% 룰) 적용도 국민연금에는 면제해 줬다.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상장사 가운데 지분이 10% 이상인 기업은 24개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 뒤에는 정부 여당은 물론 시민·노동단체들의 압력이 있다는 점이다. 연금 수익률 제고는 뒤로 한 채 기업 경영을 통제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치달을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배당 압박도 문제다. 이러다 기업이 망하면 국민연금이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