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배당 후 5개월 가까이 침묵
최근 피해자 불러 조사
사업가 노 모 씨는 앞선 2019년 9월27일 '윤석열 검찰총장 및 가족부터 개혁 합시다'란 제목의 진정서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접수했다. 노 씨는 진정서를 통해 윤 총장 장모 잔고증명서 위조사건 등을 수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22일 접수된 진정서가 의정부지검 김 모 검사실에 배당됐음을 노 씨에게 알렸다. 사건 배당 이후에도 5개월 가까이 움직임이 없던 검찰은 11일부터 윤 총장 장모 사건 피해자 및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조직 수장인 윤 총장 장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 총장 장모 최 모 씨는 2013년께 300억원대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대리인 안 모 씨에게 전달했다.
안 씨는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이용해 피해자 3명에게 수십억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 안 씨는 "자신은 대리인일 뿐"이라며 "빌린 돈은 최 씨에게 모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2016년 안 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잔고증명서 위조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최 씨는 "피고인이 저에게 '가짜라도 좋으니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책임을 안 씨에게 돌렸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빌렸다면 위조사문서 행사에 해당된다. 또 피해액이 5억원이 넘으면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도 해당된다.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면 실형이 예상된다"고 했다.
또 "설사 최 씨 말대로 안 씨 부탁에 따라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면서 "법정에서 최 씨가 잔고증명서 위조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9일 "윤 총장의 장모 최 씨가 지난 2013년 땅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350억 원대의 은행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사용하는 등 투자 의혹을 받았음에도 검찰 수사를 피해왔다"며 집중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는데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그동안 취재한 자료를 다 넘겨드리겠다"고 했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