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개강' 우려 결국 현실화…"진도만 빼 주입식 교육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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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한 일부 대학 첫 주 사이버강의…"몰입 잘 안 되고 재탕 같은 영상도 있어"
"토론 비중 큰 수업 차질 예상…'몰아듣기'도 문제" 교수들도 고민 "일주일 동안 사이버 강의로만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과 소통 없이 진도만 나가니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 같았어요."(성균관대 재학생 조모씨)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을 연기하고 당분간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학생들이 제기했던 '강의 질 저하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중 지난 9일 개강한 성균관대에서는 사이버 강의 1주차부터 "대면 강의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학생들로부터 속출했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처럼 교수에게 직접 질문할 방법이 없고 강의자료가 부실해 보이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성균관대 재학생 이모(26)씨는 "강의를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모르는 내용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묻고 답하기 어려웠다"며 "수업에 따라서는 카메라 화질이나 음질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22) 씨도 "강의실에서 제대로 찍은 영상도 있지만, 예전 영상을 재탕하거나 집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 하나로 대충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강의도 있었다"며 "내용이나 몰입감 면에서 오프라인 강의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민모(26)씨는 "개강 첫 주에는 한 학기 강의 진행방식에 대해 질문받는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사이버 강의는 바로 진도부터 나가 당황했다"며 "강의 내용 자체는 오프라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현장성이 떨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학 학생들의 익명 커뮤니티에도 "윈도 XP를 쓰던 시절 녹화한 (오래전) 영상이 강의 자료로 쓰인다", "카메라 초점이 안 맞는다", "칠판이 잘 안 보인다" 등의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교수들도 이런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교양학부) 학장은 "2주 동안 사이버 강의로만 수업하는 것은 교수들도 난생처음이었다"라며 "연세가 많은 교수님 중에서는 '사이버 강의 플랫폼 이용 방법이 어렵다'는 반응도 종종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교수들은 텅 빈 강의실에서 혼자 강의하기가 어색해 동료 교수들끼리 서로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식으로 문제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강의실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수강생들이 느슨해지는 단점도 지적됐다.
교수들이 올린 온라인 강의 영상을 제때 시청하지 않고 나중에 몰아서 보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의 영상을 올려도 제때 시청한 학생은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4월 초까지 다 들으면 출석이 인정되기 때문"이라며 "교수들에게도 사이버 강의 준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학습 능률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개강을 앞둔 다른 대학 학생들도 이런 문제점이 나타날지 모른다며 걱정한다.
연세대 공과대학 재학생 최모(21)씨는 "당분간 학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니 편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실험·실습이 있는 강의는 어떻게 진행될지, 점수는 어떻게 매길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재학생 김모(28)씨도 "수업마다 강의 플랫폼이 화상강의 프로그램, 유튜브 등 제각각"이라며 "과제 제출이나 출석 체크 방식도 달라 학생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사이버 강의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정우 교수는 "전임교수들은 연구실이나 서재 등 강의 영상을 촬영할 공간이 있지만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며 "교수의 지적 재산인 강의 영상을 대학들이 임의로 활용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사이버 강의를 향후 계속해야 한다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토론이나 교수-학생 간 소통이 많은 수업은 차질이 예상되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찾아가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오프라인 강의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새로운 교육법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토론 비중 큰 수업 차질 예상…'몰아듣기'도 문제" 교수들도 고민 "일주일 동안 사이버 강의로만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과 소통 없이 진도만 나가니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 같았어요."(성균관대 재학생 조모씨)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을 연기하고 당분간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학생들이 제기했던 '강의 질 저하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중 지난 9일 개강한 성균관대에서는 사이버 강의 1주차부터 "대면 강의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학생들로부터 속출했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처럼 교수에게 직접 질문할 방법이 없고 강의자료가 부실해 보이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성균관대 재학생 이모(26)씨는 "강의를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모르는 내용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묻고 답하기 어려웠다"며 "수업에 따라서는 카메라 화질이나 음질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22) 씨도 "강의실에서 제대로 찍은 영상도 있지만, 예전 영상을 재탕하거나 집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 하나로 대충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강의도 있었다"며 "내용이나 몰입감 면에서 오프라인 강의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민모(26)씨는 "개강 첫 주에는 한 학기 강의 진행방식에 대해 질문받는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사이버 강의는 바로 진도부터 나가 당황했다"며 "강의 내용 자체는 오프라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현장성이 떨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학 학생들의 익명 커뮤니티에도 "윈도 XP를 쓰던 시절 녹화한 (오래전) 영상이 강의 자료로 쓰인다", "카메라 초점이 안 맞는다", "칠판이 잘 안 보인다" 등의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교수들도 이런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교양학부) 학장은 "2주 동안 사이버 강의로만 수업하는 것은 교수들도 난생처음이었다"라며 "연세가 많은 교수님 중에서는 '사이버 강의 플랫폼 이용 방법이 어렵다'는 반응도 종종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교수들은 텅 빈 강의실에서 혼자 강의하기가 어색해 동료 교수들끼리 서로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식으로 문제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강의실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수강생들이 느슨해지는 단점도 지적됐다.
교수들이 올린 온라인 강의 영상을 제때 시청하지 않고 나중에 몰아서 보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의 영상을 올려도 제때 시청한 학생은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4월 초까지 다 들으면 출석이 인정되기 때문"이라며 "교수들에게도 사이버 강의 준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학습 능률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개강을 앞둔 다른 대학 학생들도 이런 문제점이 나타날지 모른다며 걱정한다.
연세대 공과대학 재학생 최모(21)씨는 "당분간 학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니 편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실험·실습이 있는 강의는 어떻게 진행될지, 점수는 어떻게 매길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재학생 김모(28)씨도 "수업마다 강의 플랫폼이 화상강의 프로그램, 유튜브 등 제각각"이라며 "과제 제출이나 출석 체크 방식도 달라 학생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사이버 강의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정우 교수는 "전임교수들은 연구실이나 서재 등 강의 영상을 촬영할 공간이 있지만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며 "교수의 지적 재산인 강의 영상을 대학들이 임의로 활용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사이버 강의를 향후 계속해야 한다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토론이나 교수-학생 간 소통이 많은 수업은 차질이 예상되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찾아가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오프라인 강의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새로운 교육법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