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치킨게임'으로 유가폭락…3월 후 中 정제가동률 상승땐 반등 기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 - 임주아 파트너
러 "감산해봤자 美셰일만 득"
사우디의 감산 협의안 거부
저유가 장기화시 美셰일 치명타
재선 앞둔 트럼프, 지원 나설수도
러 "감산해봤자 美셰일만 득"
사우디의 감산 협의안 거부
저유가 장기화시 美셰일 치명타
재선 앞둔 트럼프, 지원 나설수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허구의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 국가 등으로 이뤄진 연맹 국가에서 국왕의 폭정으로 시작된 다섯 왕 간 전쟁을 다룬 대작이다. 석유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바로 이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할 만큼 드라마틱하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포지수(VIX)가 75를 돌파할 만큼 글로벌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VIX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 투자자만 전례 없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유동성 선호가 극에 달하면서 미국 국채 등 현금성 자산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금융위기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방아쇠는 바로 ‘석유판 왕좌의 게임’이었다. 하루 새 국제 유가가 30% 넘게 급락하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가 3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합의한 하루 150만 배럴 추가 감산 안을 러시아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가 10% 하락해 WTI 기준 배럴당 40달러를 기록했다. 여기다 사우디가 오히려 산유량을 4월부터 기존 하루 970만 배럴에서 향후 1000만~1100만 배럴까지 증산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2014년 말 유가 폭락이 재연되면서 WTI 기준 20달러 선까지 하단이 열린 시장이 됐다.
OPEC 결정을 거부한 러시아도 할 말은 있다. OPEC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OPEC 등이 감산해봤자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설사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러시아는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실제 러시아는 2014~2016년 증산 경쟁 당시 루블화 평가 절하를 통해 루블 환산 유가를 적정 수준에서 방어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는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를 포기하기 어렵다. 사우디는 OPEC 국가들의 의지가 흔들릴 때마다 독자적인 추가 감산을 실시해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에는 콘덴세이트 집계를 면제해 주고, 3년간의 감산기 때 단 두 달밖에 생산 쿼터를 지키지 않았지만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생산원가는 배럴당 10달러 수준이다. 반면 러시아는 17달러, 미국 셰일오일은 30달러 안팎이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불리해지는 쪽은 미국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대비 고위험채권(정크본드)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시장에서 11%가량을 차지하는 게 바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기업들이다. 이들 업체는 유가 급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회사채 프리미엄 상승 등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이들에 대한 정책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면 유가도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전혀 낯설지 않다. 2015년 2월 ‘석유 왕좌의 게임 시즌1’에서 이미 목격했던 내용이다. 당시 경기 둔화 우려와 유가 하락 등으로 사우디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 간 ‘치킨 게임’이 펼쳐졌다. 국제 유가는 2014년 6월 고점 대비 50% 하락했고 에드워드 모스 미국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WTI 가격이 일시적으로 2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같았으면 OPEC이 나서서 인위적인 유가 상승을 유도했을 텐데 OPEC의 맹주 사우디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사우디는 당분간 손해를 보더라도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미국 셰일업계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당시 셰일업계의 생산단가는 사우디의 5배 이상이었던 만큼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사우디는 결국 미국 셰일업계를 꺾지 못했고 오히려 세계 시장 점유율만 잃어버리는 실패를 겪었다.
이제 러시아와 사우디 간 갈등으로 또 다른 치킨 게임의 막이 올랐다. 이처럼 산유국 간 증산 경쟁으로 기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입지만 더욱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3월 이후부터는 중국 정제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원유 수입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3월 저점을 찍은 국제 유가도 향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포지수(VIX)가 75를 돌파할 만큼 글로벌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VIX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 투자자만 전례 없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유동성 선호가 극에 달하면서 미국 국채 등 현금성 자산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금융위기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방아쇠는 바로 ‘석유판 왕좌의 게임’이었다. 하루 새 국제 유가가 30% 넘게 급락하면서 서부텍사스원유(WTI)가 3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합의한 하루 150만 배럴 추가 감산 안을 러시아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가 10% 하락해 WTI 기준 배럴당 40달러를 기록했다. 여기다 사우디가 오히려 산유량을 4월부터 기존 하루 970만 배럴에서 향후 1000만~1100만 배럴까지 증산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2014년 말 유가 폭락이 재연되면서 WTI 기준 20달러 선까지 하단이 열린 시장이 됐다.
OPEC 결정을 거부한 러시아도 할 말은 있다. OPEC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OPEC 등이 감산해봤자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설사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러시아는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실제 러시아는 2014~2016년 증산 경쟁 당시 루블화 평가 절하를 통해 루블 환산 유가를 적정 수준에서 방어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는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를 포기하기 어렵다. 사우디는 OPEC 국가들의 의지가 흔들릴 때마다 독자적인 추가 감산을 실시해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에는 콘덴세이트 집계를 면제해 주고, 3년간의 감산기 때 단 두 달밖에 생산 쿼터를 지키지 않았지만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생산원가는 배럴당 10달러 수준이다. 반면 러시아는 17달러, 미국 셰일오일은 30달러 안팎이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불리해지는 쪽은 미국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대비 고위험채권(정크본드)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시장에서 11%가량을 차지하는 게 바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기업들이다. 이들 업체는 유가 급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회사채 프리미엄 상승 등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이들에 대한 정책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면 유가도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전혀 낯설지 않다. 2015년 2월 ‘석유 왕좌의 게임 시즌1’에서 이미 목격했던 내용이다. 당시 경기 둔화 우려와 유가 하락 등으로 사우디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 간 ‘치킨 게임’이 펼쳐졌다. 국제 유가는 2014년 6월 고점 대비 50% 하락했고 에드워드 모스 미국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WTI 가격이 일시적으로 2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같았으면 OPEC이 나서서 인위적인 유가 상승을 유도했을 텐데 OPEC의 맹주 사우디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사우디는 당분간 손해를 보더라도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미국 셰일업계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당시 셰일업계의 생산단가는 사우디의 5배 이상이었던 만큼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사우디는 결국 미국 셰일업계를 꺾지 못했고 오히려 세계 시장 점유율만 잃어버리는 실패를 겪었다.
이제 러시아와 사우디 간 갈등으로 또 다른 치킨 게임의 막이 올랐다. 이처럼 산유국 간 증산 경쟁으로 기대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입지만 더욱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3월 이후부터는 중국 정제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원유 수입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3월 저점을 찍은 국제 유가도 향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