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법조타운에도 '코로나 칼바람'…"사건 의뢰 씨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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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공포에 상담 방문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 급감
폭행·성범죄 등 분쟁 건수 뚝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 급감
폭행·성범죄 등 분쟁 건수 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소형 법률사무소를 중심으로 변호사업계가 찬바람을 거세게 맞고 있다. 법원과 검찰이 한 달째 ‘개점 휴점’ 상태를 이어간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사건도 줄고 있어서다. 변호사단체들은 몇 만원 하는 회비조차 면제해주겠다고 나섰다. 대형 법무법인(로펌)들도 기업의 경영 활동이 줄어들면서 법률자문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수임은커녕 상담도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은 개점 휴업 상태다. 한 개인 변호사는 15일 “이달 들어 단 한 건의 사건도 맡지 못했다”며 “수임은커녕 의뢰인 상담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 사정도 마찬가지”라며 “변호사를 구하는 사람들은 서초동 일대를 한 바퀴 돌면서 여러 변호사 사무소를 들러보는데 아예 인적이 끊겼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반 형사 전문 변호사들이 담당하는 사건 가운데는 술자리에서 발생한 폭행이나 성범죄 등의 비율이 꽤 높다”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임 자체를 꺼리고 있어 형사분쟁의 씨가 말라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률사무소의 어려움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검이 접수한 사건은 13만1041건으로 1월(14만9753건)보다 12.5% 정도 줄었다.
형사사건에 비해 당장 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적은 민사사건은 더 줄었다. 서초동 변호사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집안에서 부부싸움이 늘어나 이혼 전문 변호사들만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변호사들은 법원과 검찰의 코로나19 대책도 일감 공백에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지난달 21일부터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자제하고 있다. 법원도 지난달 24일 이후에는 긴급한 사건을 제외하고 재판 기일을 줄줄이 미루면서 휴정 기간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지난해 소형 로펌에 들어간 2년차 변호사는 “원래 이달 초로 잡혔던 기일이 5월로 연기되는 등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대표변호사가 변호사들에게 연차를 쓰는 게 어떻겠냐며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100여 명의 검사가 옷을 벗으면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검찰 출신 전관이 변호사 시장에 유입됐다”며 “개인 변호사와 청년 변호사가 느끼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일부 변호사는 사무소 운영을 포기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변호사가 늘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다음달부터 2개월간 소속 변호사의 월회비(9만원)를 면제해주겠다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매월 걷는 분담금을 다음달에는 받지 않기로 했다.
기업 어려우면 로펌도 힘들어져
대형 로펌들도 코로나19를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형 로펌은 주로 대기업에서 일감을 받는데 산업계 움직임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법률서비스 비용을 먼저 삭감할 것이란 걱정도 크다.
다만 대형 로펌은 경기가 나빠져도 살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이나 납품, 여행 등의 각종 계약이 틀어지거나 직원들의 재택근무, 강제 휴가 등을 둘러싼 인사노무 이슈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 자문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계약 취소, 연기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주저앉을 경우에도 대형 로펌에는 오히려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기업의 도산이 많아지면 인수합병(M&A)에 필요한 법률서비스 시장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로펌들은 외환위기 당시 굴지의 대기업이 쓰러지면서 매출이 급증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로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수임은커녕 상담도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은 개점 휴업 상태다. 한 개인 변호사는 15일 “이달 들어 단 한 건의 사건도 맡지 못했다”며 “수임은커녕 의뢰인 상담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 사정도 마찬가지”라며 “변호사를 구하는 사람들은 서초동 일대를 한 바퀴 돌면서 여러 변호사 사무소를 들러보는데 아예 인적이 끊겼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반 형사 전문 변호사들이 담당하는 사건 가운데는 술자리에서 발생한 폭행이나 성범죄 등의 비율이 꽤 높다”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임 자체를 꺼리고 있어 형사분쟁의 씨가 말라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률사무소의 어려움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검이 접수한 사건은 13만1041건으로 1월(14만9753건)보다 12.5% 정도 줄었다.
형사사건에 비해 당장 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적은 민사사건은 더 줄었다. 서초동 변호사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집안에서 부부싸움이 늘어나 이혼 전문 변호사들만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변호사들은 법원과 검찰의 코로나19 대책도 일감 공백에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지난달 21일부터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자제하고 있다. 법원도 지난달 24일 이후에는 긴급한 사건을 제외하고 재판 기일을 줄줄이 미루면서 휴정 기간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지난해 소형 로펌에 들어간 2년차 변호사는 “원래 이달 초로 잡혔던 기일이 5월로 연기되는 등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대표변호사가 변호사들에게 연차를 쓰는 게 어떻겠냐며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100여 명의 검사가 옷을 벗으면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검찰 출신 전관이 변호사 시장에 유입됐다”며 “개인 변호사와 청년 변호사가 느끼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일부 변호사는 사무소 운영을 포기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변호사가 늘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다음달부터 2개월간 소속 변호사의 월회비(9만원)를 면제해주겠다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매월 걷는 분담금을 다음달에는 받지 않기로 했다.
기업 어려우면 로펌도 힘들어져
대형 로펌들도 코로나19를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형 로펌은 주로 대기업에서 일감을 받는데 산업계 움직임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법률서비스 비용을 먼저 삭감할 것이란 걱정도 크다.
다만 대형 로펌은 경기가 나빠져도 살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이나 납품, 여행 등의 각종 계약이 틀어지거나 직원들의 재택근무, 강제 휴가 등을 둘러싼 인사노무 이슈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 자문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계약 취소, 연기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주저앉을 경우에도 대형 로펌에는 오히려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기업의 도산이 많아지면 인수합병(M&A)에 필요한 법률서비스 시장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로펌들은 외환위기 당시 굴지의 대기업이 쓰러지면서 매출이 급증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로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