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파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국내 통화정책당국인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빅컷'(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자본이 유출될 수 있어서다.

Fed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 1.00%~1.25%에서 0.00%~0.25%로 100bp(1bp=0.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에 더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시작하기로 했다.

Fed는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의 가계와 기업들의 신용위험 지원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제가 개선될 때까지는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일 Fed가 긴급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0bp 내린 데 이어 100bp 인하에도 나서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기정사실로 여겨지던 4월 금리인하에 앞서 긴급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존 한은의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7일 국회에서 추경안 처리 혹은 19일 새벽 미국 통화정책회의(FOMC) 이후 시점으로 예상됐지만 Fed의 전격 금리인하로 예상 일정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3일 금통위원들이 임시 금통위 개최를 위해 논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도 Fed처럼 '빅컷'을 단행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이다. 전문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50bp 내리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 우려 확산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과 채권을 매도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금리를 50bp 내리게 되면 현 상황에서 자본 유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안정이 뒷받침돼야 큰 폭의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금리를 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여전히 고민이다. 금리를 내리면 조달 비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주택가격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아 금리 하락으로 유동성(자금)이 풀리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사상 최저인 0%대 금리에 대한 부담감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송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