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감염 지속…아이가 감염되면 가정·사회에 전파 위험"
"학급마다 등하교·쉬는시간 동선 분리…수업 양식도 변경 고려"
의료계, '개학 연기'에 무게…"개학 전 세밀한 지침 마련해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초·중·고교 개학 연기를 고민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학을 결정하면 아이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통해 가정이나 사회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만약 개학을 하더라도 등하교 때나 학교에서 아이들의 동선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아이들 간 접촉을 줄일 수 있는 수업으로 수업 양식을 변경하는 등 세밀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소아청소년과·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전국 곳곳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산발적 감염 사례가 나오는 상황에서 개학할 경우 학교가 집단감염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현 대한소아감염학회 회장(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지역사회 감염이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개학을 연기하는 게 맞다"며 "아이들은 증상이 약하거나 없지만 '감염원'으로 작용해 부모나 선생님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계속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을지 등도 변수가 많아 개학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다만 감염 위험만 놓고 개학을 6개월씩 연기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사회적인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개학은 이달은 무리고 4월쯤에 검토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코로나19 유행 불길을 확실히 잡지 않은 상황에서 개학하면 건강한 아이의 경우 (감염되더라도) 쉬면 괜찮겠지만, 아이와 접촉한 고위험군의 감염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도 전날 개학 연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회는 "학교가 개학하면 소아에서의 감염 및 전파 기회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지역사회 2차 유행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며 "방학을 더 연장하는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개학을 결정하기 전 정부가 시간을 두고 학교 방역에 관한 세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내에서 손 씻기, 마스크 사용 등 위생수칙 준수를 어떻게 관리할지, 만약 확진자가 나온다면 다시 휴교할지 등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개학 후 각급 학교 특성에 따른 방역 지침을 마련 중이다.

학교 내 '생활 방역'에 초점을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개학은 코로나19 초기처럼 환자 발생을 한명씩 추적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가능하다"며 "개학을 한다면 세밀한 지침이 필요한데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급마다 수업이나 쉬는 시간, 등하교 시간을 모두 다르게 짜야 하고, 환기도 교내에 코로나19 확진자나 접촉자가 있다면 공기청정기로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수업 중 창문을 열 수 있는지 등을 봐야 한다"며 "운동장 활동처럼 아이 간 접촉이 많은 수업은 어떻게 할지, 점심을 학교에서 먹을지 아니면 단축 수업을 할지 등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현 회장 역시 "개학 이후 방역 방침은 여러 전문가 논의가 필요해 섣불리 정할 수가 없다"며 "책상이나 의자 등 교내 소독은 기존 지침 등을 반영하겠지만,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을 아이들이 잘 따를 수 있을지 고려해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