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한국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이달 들어서만 30조원 넘게 증발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지표로만 보면 서버용 D램 가격이 오르는 등 업황은 오히려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업종지표와 주가 흐름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관련주 목표주가를 내리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D램 업황 반등에도 힘 못쓰는 반도체株
16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서버 D램 가격은 전월 대비 6.1% 상승했다. 작년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버 D램 가격은 올 1월 들어 2.1% 오르며 반등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서버 수요가 살아난 데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및 서버 시설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소비가 둔화하면서 노트북PC, 스마트폰 등 완제품(세트) 출하량은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서버 D램의 호황은 모바일 D램 등의 수요 둔화를 상쇄할 만큼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증권사에선 재고를 쌓아두려는 수요가 늘면서 2분기에도 서버 D램 가격이 20%가량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도 수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서버 D램 영향으로 1분기 매출 추정치가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1분기 매출 6조7511억원에 46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모바일(IM)과 가전제품(CE) 부문에서 제품 출하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서버 D램 선방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오히려 올랐다. 1분기 매출 56조7362억원, 영업이익 6조609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가량 증가하는 수준이다.

다만 양사 모두 주가는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장기화되면 2분기 이후 경기와 반도체 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가별 대응조치 속도가 빨라진다면 코로나19 영향으로 눌려 있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