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발 묶인 재계 리더들…현장 경영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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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이 먼저'…'위기 극복 경영·격려 메시지
업계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재계 리더들의 현장 경영이 제약을 받고 있다.
대서양 항로가 중단되고 유럽이 멈춰서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최근 두 달 간 해외 출장이 전무한 상황이다. 대외 여건이 악화할수록 최고경영진이 현장을 찾고, 해외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코로나19에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그룹 총수들은 핵심 의사결정을 책임진 만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 말 설 연휴를 이용해 중남미를 방문한 것을 마지막으로 두 달째 국내에만 머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외국 정부 최고위층을 비롯해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인공지능(AI) 분야 석학 등과 꾸준히 교류하는 등 1년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전 세계가 이동을 제한하고 있어 해외 파트너들과 만나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착공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3일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온 구미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사기를 북돋우는 등 위기 극복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구미사업장 직원들과 만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일선 생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비록 초유의 위기이지만 여러분의 헌신이 있어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고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또 코로나19로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5월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0'을 무기한 연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는 5월 미국을 시작으로 5개국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로드맵과 신기술을 소개하는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 등을 통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달 참석할 예정이었던 중국 보아오포럼도 연기됐다.
공식 일정은 1월 신입사원과 함께 하는 신년회와 다보스포럼 패널토론이 마지막이었다.
지난달 19일에는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본사 사옥 인근 식당에서 열리는 직원 회식에 참석했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그 이후엔 대외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며 SK와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이 커지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2회 꼴로 '행복토크'를 하며 국내외 사업장에서 1만1천여명을 만났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주로 재택근무를 하며 메일 등을 통해 보고를 받는다.
회사 전체적으로 회의 등을 줄이고 비대면 업무를 늘렸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에너지부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혁신과 저변 확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행사가 마지막 공식 해외 일정이다.
정 부회장은 앞서 1월 초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0'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 계획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기대가 커지는 시점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경영환경이 급변하며 지금은 위기 타개에 초점을 맞춰야 할 상황이 됐다.
현대차로선 올해 미국 시장에 GV80과 G80 신차를 내놓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확실히 키워보려던 계획에, 국내에서는 신차가 줄줄이 나오는 '골든 사이클'에 차질이 우려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발이 묶였다.
지난달 18일에는 LG전자 서초 R&D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인 제품들을 살펴봤지만, 이후에는 현장 일정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던 'LG 테크 콘퍼런스'도 올해는 취소됐다.
LG 테크 콘퍼런스는 매년 미국에서 수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석박사 연구개발 인력 채용설명 행사다.
구 회장은 지난해 3월 LG 어워드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 수상팀을 격려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향후 일정을 다시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가 매년 전 세계를 돌며 진행하는 지역 밀착형 신제품 발표회인 'LG 이노페스트'도 일부 취소됐다.
LG전자는 통상 3월 초 TV 신제품 출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개최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되면 기업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5월 19∼20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도 코로나19 사태로 11월 25∼27일로 연기됐다.
한일경제협회는 연기 개최에 양해를 부탁하면서 "일본 측 파트너인 일한경제협회와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민간 경제교류 협력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