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수도권의 방역 성공 여부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됐다”며 “만에 하나 수도권에서 보다 큰 규모의 집단 감염이 발생하거나 지역 감염이 빠르게 확산된다면 방역을 위한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높였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수도권으로 상황이 번질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수도권 방역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수도권에서 콜센터, 교회, 병원, PC방 등의 집단 감염 사례로 인해 긴장의 끈을 조금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열린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서울특별시장, 인천광역시장,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 등 다중 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수도권 주요 단체장들과 방역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우리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기 때문에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한 수도권의 공동 방역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자체별로 감염 확산의 취약요인인 다중밀집시설과 고위험 사업장 등에 대한 방역을 더욱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이날 회의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인천·경기 재난안전대책본부 간 신속한 정보 공유를 위한 협의체 구성 방안이 논의됐다. 또한 대중교통을 비롯해 생활권을 공유하는 수도권 광역 교통망에 대한 방역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은 한편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신규 확진자 수는 전국적으로 크게 줄고, 완치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돌발 상황이 없는 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우리의 방역 시스템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