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복지에 빚 135兆↑…'경제 안전판' 재정건전성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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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 방파제는 안전한가
(2) 재정건전성
(2) 재정건전성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정부는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발표했다. 그해 본예산(284조5000억원)의 10%에 이르는 화끈한 재정 지출이었다. 정부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11조7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런 대규모 추경 편성에도 재정건전성엔 큰 문제가 없었다. 나랏빚이 상당히 적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의 일반 정부(중앙·지방정부+비영리공공기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9.5%)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국제신평사마저 경고한 나랏빚 급증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10여 년 만의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이번에도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그동안의 ‘초확장적 재정 정책’ 여파로 나랏빚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 지출 예산을 추경 기준 2018년 432조7000억원, 2019년 475조4000억원, 올해 520조8000억원 등으로 늘렸다. 매년 재정 지출 증가율이 그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엔 경상성장률이 1.1%에 그쳤는데 지출 증가율은 9.9%에 이르렀다. 성장률 둔화로 세금 수입도 부진한데 지출은 확대되니 나랏빚이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중앙·지방정부의 빚을 뜻하는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에서 올해 815조5000억원으로, 약 135조원 증가한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9%에서 41.2%로 오를 전망이다. 2014~2018년 34~36% 수준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이런 추세면 국가채무비율은 2023년 47.9%까지 오르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을 국가채무비율 40%에서 40%대 중반으로 후퇴시켰는데, 이마저 지키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제사회의 시각도 달라졌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달 “지금과 같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신용평가사는 정부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할 의지와 능력이 되는지를 주로 평가하는데 한국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계속 깨뜨리는 모습을 보이자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불러올 수도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보다 세부 내용이 더 나쁘다는 점이다. 국가채무엔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가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과 같은 금융성 채무는 빚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어 갚기 위한 별도 재원이 필요없다. 반면 적자성 채무는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적자성 채무는 2018~2020년 97조2000억원(본예산 기준) 늘어 전체 국가채무 증가분의 77.7%에 이른다.
최근 급격히 훼손된 재정건전성이 경상수지 둔화 등 대외건전성 약화와 맞물릴 경우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간 경제위기로 대외건전성이 흔들릴 때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던 재정건전성이 이번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등급 하락은 정부·기업의 외화 조달 비용 증가→대외건전성 추가 훼손→원·달러 환율 상승→외국인 자본 유출 확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구체적인 재정건전성 강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추경 검토 보고서에서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에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경기 회복 이후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국제사회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 하반기 2차 추경을 예고했는데 이때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재난기본소득제’ 등은 배제해야 한다”며 “국가채무 관리 목표 등을 담은 재정 준칙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국제신평사마저 경고한 나랏빚 급증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10여 년 만의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이번에도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그동안의 ‘초확장적 재정 정책’ 여파로 나랏빚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 지출 예산을 추경 기준 2018년 432조7000억원, 2019년 475조4000억원, 올해 520조8000억원 등으로 늘렸다. 매년 재정 지출 증가율이 그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엔 경상성장률이 1.1%에 그쳤는데 지출 증가율은 9.9%에 이르렀다. 성장률 둔화로 세금 수입도 부진한데 지출은 확대되니 나랏빚이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중앙·지방정부의 빚을 뜻하는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에서 올해 815조5000억원으로, 약 135조원 증가한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9%에서 41.2%로 오를 전망이다. 2014~2018년 34~36% 수준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이런 추세면 국가채무비율은 2023년 47.9%까지 오르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을 국가채무비율 40%에서 40%대 중반으로 후퇴시켰는데, 이마저 지키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제사회의 시각도 달라졌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달 “지금과 같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신용평가사는 정부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할 의지와 능력이 되는지를 주로 평가하는데 한국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계속 깨뜨리는 모습을 보이자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불러올 수도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보다 세부 내용이 더 나쁘다는 점이다. 국가채무엔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가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과 같은 금융성 채무는 빚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어 갚기 위한 별도 재원이 필요없다. 반면 적자성 채무는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적자성 채무는 2018~2020년 97조2000억원(본예산 기준) 늘어 전체 국가채무 증가분의 77.7%에 이른다.
최근 급격히 훼손된 재정건전성이 경상수지 둔화 등 대외건전성 약화와 맞물릴 경우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간 경제위기로 대외건전성이 흔들릴 때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던 재정건전성이 이번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등급 하락은 정부·기업의 외화 조달 비용 증가→대외건전성 추가 훼손→원·달러 환율 상승→외국인 자본 유출 확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구체적인 재정건전성 강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추경 검토 보고서에서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에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경기 회복 이후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국제사회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 하반기 2차 추경을 예고했는데 이때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재난기본소득제’ 등은 배제해야 한다”며 “국가채무 관리 목표 등을 담은 재정 준칙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