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복지에 빚 135兆↑…'경제 안전판' 재정건전성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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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 방파제는 안전한가
(2) 재정건전성
(2) 재정건전성

국제신평사마저 경고한 나랏빚 급증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10여 년 만의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이번에도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그동안의 ‘초확장적 재정 정책’ 여파로 나랏빚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면 국가채무비율은 2023년 47.9%까지 오르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을 국가채무비율 40%에서 40%대 중반으로 후퇴시켰는데, 이마저 지키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제사회의 시각도 달라졌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달 “지금과 같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신용평가사는 정부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할 의지와 능력이 되는지를 주로 평가하는데 한국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계속 깨뜨리는 모습을 보이자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불러올 수도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보다 세부 내용이 더 나쁘다는 점이다. 국가채무엔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가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과 같은 금융성 채무는 빚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어 갚기 위한 별도 재원이 필요없다. 반면 적자성 채무는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적자성 채무는 2018~2020년 97조2000억원(본예산 기준) 늘어 전체 국가채무 증가분의 77.7%에 이른다.
최근 급격히 훼손된 재정건전성이 경상수지 둔화 등 대외건전성 약화와 맞물릴 경우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간 경제위기로 대외건전성이 흔들릴 때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던 재정건전성이 이번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등급 하락은 정부·기업의 외화 조달 비용 증가→대외건전성 추가 훼손→원·달러 환율 상승→외국인 자본 유출 확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구체적인 재정건전성 강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추경 검토 보고서에서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에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경기 회복 이후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국제사회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 하반기 2차 추경을 예고했는데 이때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재난기본소득제’ 등은 배제해야 한다”며 “국가채무 관리 목표 등을 담은 재정 준칙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