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 12일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오는 2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현재 수산물 유통 구조에선 소비자가 저렴하게 구입하고 생산자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며 “수산물 거래 체계를 경매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최근 서울 신천동 수협중앙회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시장 거래의 절반 이상이 정가 수의매매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유통 비용이 수산물값의 51.8%에 달하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가 수의매매는 생산자와 유통 상인이 가격을 임의로 정하는 방식으로,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매와 정반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민 어려움이 큽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수산물이 통 팔리지 않고 있어요. 생산자가 받는 가격도 폭락했습니다. 예년 봄에는 ㎏당 3만~5만원에 거래되던 도다리가 일부 산지에서 5000원 정도 합니다. 물고기를 잡아도 기름값과 인건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니 전국 어선의 절반가량이 아예 놀고 있습니다. 수산물은 국가 안보상 중요한 식량 자원입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산지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비쌉니다.

“기형적인 유통·거래 구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구입하는 가격 중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51.8%나 돼요.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데, 가격 결정권을 갖고 시장을 좌우하는 일부 유통상만 이득을 취하는 게 현실입니다.”

▷유통 비용이 그 정도로 높습니까.

“대규모 수산물 거래 때 경매 비중이 압도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경매 시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생산자와 유통상인 간 수의매매 방식이 많은 게 유통 비용이 높은 핵심 원인이죠. 수의매매는 안정적인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이점이 일부 있으나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자금력을 갖춘 유통상들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생산자는 제값을 받기 어렵죠. 소비자 역시 풍어(豊漁) 때도 수산물을 비싸게 먹어야 합니다.”

▷유통제도를 개선할 방안이 있나요.

“올해도 유통거래 혁신을 중점 추진할 방침입니다. 경매 비중을 크게 늘려 시세가 투명하게 형성되도록 하자는 거예요. 수협중앙회 내 경영전략실을 신설해 관련 업무를 맡겼습니다. 올초부터 노량진시장에 10명으로 구성된 ‘직출하 전담팀’을 시범 가동하고 있습니다. 산지에서 질 좋은 물량을 받아 전량 경매로 판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더 많은 어민과 상인이 ‘경매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하자는 것입니다. 직출하 물량을 더욱 늘릴 계획입니다. 그래야 물고기가 많이 잡히면 소비자들이 싸게 먹고, 적게 잡힐 때는 어민들이 제값을 받고 처분할 수 있어요.”

▷오징어 등 어획량 감소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우리 앞바다에서 잡힌 연근해 어획량이 100만t을 밑돌았습니다. 자원 고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아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변동이나 환경 훼손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낚시객들의 남획도 큰 문제예요. 우선 어민들이 일정기간 조업을 중단하는 ‘휴어제’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다른 선진국처럼 ‘상업형 낚시’를 일부 제한해야 합니다.”

▷낚시 제한은 과도한 주장이 아닙니까.

“절대 그렇지 않아요. 2018년 기준 낚시 어선을 탄 사람이 450만여 명에 달합니다. 2013년 196만 명 대비 2.5배 늘어난 것입니다. 방파제나 항구 등에서 낚시한 사람은 이 집계에서도 빠져 있어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를 보면 연간 낚시로 잡히는 어획량이 12만~23만t에 달합니다. 어민 어획량의 20%를 넘어요. 낚시객들이 즐겨 잡는 주꾸미 등 어종은 개체 수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낚시객 급증에 따른 환경오염, 안전사고 등도 큰 골칫거리입니다.”

▷낚시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

“건전한 레저 활동까지 법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망을 가득 채우고 내다 파는 수준으로 잡는 건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동호인 사이에선 ‘갈치를 수십마리 잡았다’ ‘주꾸미를 박스에 가득 채웠다’ 식의 얘기가 오가곤 하죠. 동호인이 이래선 안 됩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선 낚을 수 있는 어종과 마릿수를 제한하고 있어요. 낚시 면허제를 통해서요. 우리도 적절한 규제를 마련할 때가 됐습니다.”

▷수산물 생산·유통 외 개선점이 있나요.

“수출 등 판매 전략도 바뀌어야 합니다. 수산물 수출품 중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공식품 비중은 여전히 낮아요. 수협중앙회는 최근 수산식품연구실을 신설했습니다. 생산업자들의 가공식품 수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1차 타깃은 엄청난 수요를 갖고 있는 중국 시장입니다. 산둥성 웨이하이에 수출전담 자회사를 설립하고, 해삼을 원료로 한 마스크팩 등 고부가 상품을 집중 판매할 계획입니다.”

▷한국 수산업의 중·장기 과제를 꼽아주십시오.

“어떤 대책도 어업을 이을 후대가 없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수산업에 뛰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안전 문제입니다. 어선사고 사망률이 교통사고 대비 30배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죠. 작년부터 어선안전조업본부를 통해 통신 체계를 고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선들이 주변 조난 상황에서 구조 작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년 어선이 구한 인명만 399명입니다. 역대 최고치였죠.”

■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63)은 수산업계에서 손꼽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어려운 형편에 겨우 모은 종잣돈 500만원을 들고 수산물 유통업에 뛰어든 것이 1984년, 그의 나이 27세 때다. 이후 20여 년간 서울 노량진·가락시장을 누비며 수산물 유통 노하우를 쌓았다. 2004년 고등어잡이 선단을 인수해 수산물 생산업에 진출했다. △1957년 부산 출생 △동아대 명예 경영학 박사 △대진수산 대표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장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 △부산 서구장학회 상임이사 △수협중앙회장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