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에게 외출 등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기업들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가능한 한 모두 재택근무를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19가 수도인 런던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는 16일(현지시간)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런던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공공장소를 더 이상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가 이날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불필요한 외출 금지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 △증상자 대상 2주간 자가격리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엔 영국 정부 최고의료책임자(CMO)인 크리스 위티 박사와 패트릭 밸란스 정부 국가과학기술 고문이 함께 참석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의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유럽에서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보다 3주 가량 늦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3주가 지나면 영국도 지금의 이탈리아에 버금갈 정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16일 오후 6시 기준 2만7980명에 이른다. 사흘 연속 3000명 이상 증가했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349명 급증한 2158명에 달한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영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543명으로, 전날 대비 171명 증가했다. 사망자는 53명이다. 하지만 실제 영국 내 확진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영국 공영 BBC의 설명이다. BBC는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500여명이지만, 실제 확진자는 3만5000명에서 5만명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선 이날까지 4만4105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26만여명이 검사를 받은 한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존슨 총리는 “모든 사람들이 펍과 클럽, 극장 및 공공장소를 피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폐쇄 조치를 내린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달리 펍과 클럽 등을 강제로 폐쇄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가 책임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존슨 총리의 설명이다. 사실상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능한 한 모든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감기와 몸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으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 역시 14일간 자가 격리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증상이 있으면 7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흘 만에 자가격리 기간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존슨 총리는 노약자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외출자제 권고도 조만간 내려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취약계층에 대해선 12주 동안 자택에 머물도록 하는 조치가 며칠 내 권고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달리 초·중·고교 및 대학 등에 대한 휴교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조치는 적절한 때 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정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런던 교통당국은 평일 지하철 운행도 주말 수준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