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달러당 1240원대로 치솟았다. 정부는 “실물·금융부문 복합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원50전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달러당 1243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환율은 무려 50원50전이나 올랐다.

환율 종가가 12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6월 11일(1246원10전)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원 오른 1231원에서 출발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장 마감을 앞두고는 1246원7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가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에 따른 달러송금, 신흥국 통화의 동반약세 등도 원화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9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조2000억원에 달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선제적, 적극적인 대응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은 주가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불안이 고조됐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 중이고 향후 경제지표 등을 통해 실물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시장 추가 불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실물·금융부문 복합 위기까지 직면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금융시스템 부문별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중앙은행의 신속하고 과감한 행보에 이어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주요 7개국(G7) 등 주요국의 정책 공조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조치들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G7 정상 화상회의에서 각국은 통화·금융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기로 결정했으며, 각국 재무장관이 주 단위로 조율해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